“재판중 사건 포함 부적절… 200일 수사도 유례없어”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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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대로 통과땐 법질서 흔들려

수사범위 넓어 특검취지 어긋나”

‘盧대선자금’ 부담 느꼈을수도

■ 靑이 지적한 ‘삼성 특검법안’ 문제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3당이 14일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 관리 및 뇌물공여 의혹사건과 불법 상속 의혹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특검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삼성 비자금 문제가 대선정국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청와대가 3당 특검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재검토를 요청하는가 하면 한나라당도 별도의 특검법안을 내겠다고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우선 3당이 제출한 특검법안에 대해 수사 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불법 상속 의혹 등과 관련한 진정, 고소, 고발사건까지 대상에 포함시켜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또 대법원이 심리 중인 사건을 특검 대상으로 삼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3당의 특검법안은 수사 대상을 삼성그룹의 △1997년 이후 만든 불법 비자금의 조성 주체, 방법, 용처 △사회 각계에 대한 로비 의혹 △차명계좌 등 비자금 관리 의혹 △삼성에버랜드 전환 사채 불법 발행 등 불법 상속 관련 의혹 등으로 정했다.

이 가운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 발행 의혹 사건은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법이 통과된다면 이미 검찰이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이 수사를 벌이게 된다.

천 대변인은 또 “과거에는 보통 1차 60일, 2차 30일로 하던 특검 수사기간을 200일로 둔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특검 때는 보통 2, 3명을 뒀던 특검보를 6명 두고 그중 3명은 판사나 검사 경력이 없는 사람으로 할 것이라거나 특별수사관을 60명을 두되 그중 절반 이상을 검찰이나 법원 근무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하도록 한 것도 ‘문제 조항’으로 지적된다.

천 대변인은 3당의 특검법안에 대해 “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경우 검찰이 무력화되고 특검제도가 남용되면서 국법 질서가 심각하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또 한나라당이 별도의 특검법안에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까지 특검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만든 유언비어이며,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는 이미 철저하게 이뤄졌다는 논리를 폈다.

청와대의 특검법안 문제점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을 나타내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당선 축하금 의혹이 특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대선 국면과 맞물려 정치권이 이번 특검법안을 진실 규명보다는 정치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우려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3 당 “비자금-상속 조사… 대법원장이 특검 추천”

한나라 “2002년 대선자금 포함… 변협서 특검 추천”▼

■ 양측 특검법안 차이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3당이 14일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 관리 및 뇌물공여 의혹사건과 불법 상속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특검법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별도로 15일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사건과 비자금의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제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3당과 한나라당이 삼성 비자금 특검에 찬성하고 있지만 두 법안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수사 대상을 보면 3당 법안은 1997년 삼성 비자금 조성 주체와 조성방법, 규모, 용처뿐 아니라 불법 상속 의혹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미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인 사건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비자금 문제뿐 아니라 2002년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축하금을 중점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다.

수사기간도 3당 법안은 준비기간 20일, 수사기간 90일, 1차 연장 60일, 2차 연장 30일 등 총 200일간을 상정하고 있다. 수사 인력도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별검사 1명과 특검보 6명과 특별수사관 60명을 둘 수 있도록 했다.

한나라당 법안은 준비기간 20일, 수사기간 40일, 1회에 한해 30일 연장 등 수사기간을 최대 90일로 정했다. 특별검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하도록 했다. 특검보는 2명, 특별수사관은 20명 이내를 두도록 했다.

3당 법안이 삼성 비자금뿐 아니라 상속문제까지 수사하도록 규정하면서 과거의 특검 때와는 달리 수사기간과 수사인력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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