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키워야 회사도 ‘핀다’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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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직원 50여 명이 5월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신한은행 본점 20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미용 강좌에서 마스크 팩을 얼굴에 붙이고 있다. 사진 제공 신한은행
신한은행 직원 50여 명이 5월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신한은행 본점 20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미용 강좌에서 마스크 팩을 얼굴에 붙이고 있다. 사진 제공 신한은행
《“팀장님이 젊어져야 우리 팀도, 회사도 젊어집니다.”

두 달 전 최완(39) 아모레퍼시픽 온라인사업팀 팀장은 팀원들에게서 다소 엉뚱한 제안을 받고 겸연쩍어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남자 직원 전용 미용 강좌에 참석해 달라는 뜬금없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최 팀장은 미용 강좌를 들은 뒤 몰라보게 달라졌다. 10년 넘게 고집한 젤 바른 ‘올백 머리’는 왁스로 손질한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변했다. 가을이면 푸석거리던 피부는 매끈해져 아내까지 시샘한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나이가 들어 보여 팀원들이 어려워했는데 이젠 편하게 의견을 구하고 친근하게 말을 건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의견 교환이 활발해지면서 업무 추진 속도가 빨라지는 등 업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고 일만 보고 달려온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회사답게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맞춤 미용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8월은 40∼50대, 9월은 30대, 10월은 20대 남자 직원을 대상으로 나이에 맞는 헤어스타일, 옷 고르기, 피부 관리법 등을 가르쳤다.

남자 직원 가꾸기에 적극 나서는 기업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은 9월부터 매달 한 번씩 남자 직원들에게 옷 입는 법, 헤어스타일, 피부관리법, 메이크업 등을 가르치는 ‘꽃보다 남자’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강좌는 조기 마감된 뒤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직원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강좌에 참여한 김상남(37) 아시아나항공 국내선 사업팀 과장은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강좌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미지가 깔끔해지니 더 자신 있게 고객을 대하고, 고객도 더 정중하게 내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정지아 아시아나항공 인재개발팀 과장은 “강좌를 통해 고급스럽고 전문적인 기업 이미지를 높였다”며 “자기계발 강좌인 만큼 기업 복지서비스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도 부쩍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보수적인 은행들도 ‘남자 직원 가꾸기’에 뛰어들었다. 신한은행은 5월 미용 강좌 신청 15분 만에 접수가 마감돼 올해 말 강좌를 추가로 신설할 예정이다. 강좌 덕분에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김범준 신한은행 개발총괄부 과장은 “고객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은행으로선 깔끔한 이미지 개발이 회사 이미지와 업무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수입차 업체와 보험회사 등을 직접 방문해 옷 스타일링 강의를 하는 김민아 현대백화점 스타일리스트는 “요즘에는 외모, 옷차림 등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하고 능력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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