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무한 경쟁”…현대차 中서 “오픈 소싱”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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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종에 한국 협력업체의 부품만을 고집하지 않고 구매과정에서 경쟁을 거쳐 중국 업체의 부품도 사용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 동반 진출한 1차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모두 구매하던 관행을 깨고 공개경쟁을 통해 부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오픈 소싱(open-sourcing)’ 전략으로 바꾸기로 하고 이 같은 방침을 협력업체에 통보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 같은 구매전략 변화는 최근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부품 구입과정에서의 경쟁을 통해 차량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1차 협력업체 사장들 상하이로 불러 통보

현대·기아차와 중국에 동반 진출한 1차 납품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현대·기아차의 ‘C(차이나)프로젝트팀’이 8월 말 80여 명의 1차 납품업체 사장들을 상하이로 불러 ‘현대·기아차가 동반 진출한 부품업체의 생존을 보장해 줬지만 앞으로는 중국의 부품기업과 가격 및 품질 경쟁을 해서 통과한 부품만 구매할 계획’이라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C프로젝트팀은 ‘협력업체들도 각자 생존의 길을 찾아서 다른 자동차 회사에 납품을 해도 좋다’고 알려 왔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현대·기아차에 대한 납품 가격이 가장 싸야 하며 품질도 좋아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사는 현재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중국의 현지 자동차 회사에도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물론 중국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핵심 부품 대부분을 1차 협력업체로부터만 구매하는 폐쇄적인 납품-하청 관계를 유지해 왔다.

○ 판매 부진 타개 위해 경쟁력 강화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줄어들자 부품가격 30% 인하 등 중국 내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7월 1일 연구소와 품질, 구매 등 관련 부문 직원 30여 명으로 ‘C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박모 상무를 팀장으로 하는 이 팀은 현재 상하이모비스 시험센터에서 활동을 하며, 자동차 부품에서부터 철강 등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싼 가격에 공급해 줄 수 있는 현지 업체를 찾고 있다. 또 현지 중국업체의 기술지도와 중국 시장에 내놓을 차종 개발업무도 맡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밀 프로젝트여서 오픈 소싱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하는 시기와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내년 상반기 안에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중국시장 점유율 순위가 2005년 4위에서 2006년에 5위로 낮아진 뒤 올 4월에는 11위까지 낮아졌다.

중국의 자동차시장은 연평균 30%를 넘는 팽창을 거듭하고 있지만 올해 현대차는 27%, 기아차는 14% 판매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5월부터 7∼8%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판촉에 나섰으나 효과가 없자 9월부터 아예 차량 가격을 8∼14% 공식 인하했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중국 제2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판매 목표를 올해보다 두 배 많은 50만 대로 잡았다”고 말했다.

상하이=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오픈 소싱(open-sourcing)::

원청업체가 부품을 여러 곳의 납품업체에서 구입하고, 납품업체도 원청업체 한 곳에만 매이지 않고 여러 곳에 자유롭게 납품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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