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여전히 매력적” 워런 버핏 방한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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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방한한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대구 달성군 대구텍에서 ‘지갑에 얼마가 있느냐’는 직원의 질문을 받고 지갑 속의 달러를 세고 있다. 그의 지갑 속에서 나온 돈은 600달러가 전부였다. 대구=로이터 연합뉴스
25일 방한한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대구 달성군 대구텍에서 ‘지갑에 얼마가 있느냐’는 직원의 질문을 받고 지갑 속의 달러를 세고 있다. 그의 지갑 속에서 나온 돈은 600달러가 전부였다. 대구=로이터 연합뉴스
《“한국 증권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된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25일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77)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대구 달성군 대구텍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주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펀더멘털이 좋아 투자할 기업을 찾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버핏 회장은 “4년 전 어처구니없게 저평가된 한국 기업들을 발견하고 한국 투자를 시작했다”며 “이미 공개한 포스코 외에 기아자동차, 현대제철(옛 INI스틸), 신영증권 등에도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버크셔 해서웨이와 별도로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의 대부분이 한국 기업인 적도 있었지만 주가가 올라 지금은 한 곳을 빼고는 모두 합리적인 가격에 처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본인이 주식을 갖고 있는 기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에도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러려면 북한에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내 생전에는 힘들 듯하다”고 답했다.

○ “이해할 수 없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는다”

버핏 회장과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동안 20여 곳의 한국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버크셔 해서웨이는 포스코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전체 지분의 4%인 34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포스코 주식을) 아직 하나도 팔지 않았으며 배당 수익과 원화 강세에 따른 환평가 이익까지 얻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 경제는 앞으로 10년 동안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수익비율(PER)과 경제성장세, 성실한 5000만 명의 국민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시장은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거품 논란이 제기된 중국 증시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도 갖고 있지 않다”며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버핏 회장은 주로 대기업이면서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기업 △영속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유능하고 정직한 사람이 경영하는 기업 △합리적인 사업을 하는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정한다는 투자 철학을 밝혔다. 구글 같은 기술 위주의 기업은 사업 분야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증시에서는 기아차 등 버핏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일부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라 ‘버핏 효과’를 실감하게 했다.

○ 너무도 인간적인 세계 3위 부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손자회사인 대구텍을 둘러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버핏 회장은 세계 3위의 부자답지 않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줬다.

공항에서는 경호원을 제치고 사인을 요청하는 대학생에게 흔쾌히 사인을 해 줬고 지갑에 얼마가 있느냐는 대구텍 직원의 질문에는 직접 지갑을 열어 “600달러 정도 있다”고 보여 줬다. 대구텍에서 열린 리셉션에서는 호텔 뷔페 음식 대신 자신이 8%의 지분을 소유한 코카콜라를 마시고 햄버거를 먹었다.

그는 49년 전에 산 집에서 계속 살고 있으며 10년에 한 번 정도 바꾸는 자가용은 캐딜락이라고 소개했다.

버핏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경 15인승 전용기 편으로 대구공항을 통해 입국해 공장 시찰, 임직원과의 대화, 리셉션 등에 참석했다. 오후 4시경 6시간의 짧은 방한을 마치고 떠나기 전에 그는 대구텍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최고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입니다.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떤 주식 투자보다도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대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워런 버핏은 누구

1930년 8월 30일생.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가.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대 주주이자 회장이며 순자산가치 524억 달러로 세계 3위의 부자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내재적 가치가 뛰어난 우량 기업에 투자해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 방식인 ‘가치 투자’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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