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현장에서/소비자 취향은 갈수록 까다로워지는데…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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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출장으로 일본 도쿄(東京)를 다녀왔다. 자동차산업이 취재 분야인 기자에겐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일본의 도로에서는 연속해서 같은 모델의 차량을 보기 힘들었다. 잘 팔린다는 소문이 난 차는 굳이 찾지 않아도 쉽게 볼 수 있는 서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는 일본의 자동차회사들이 워낙 다양한 모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돈을 투자해 여러 가지 모델을 개발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각기 다른 취향을 지닌 일본 소비자의 눈에 들기 위해서다.

치열한 자동차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취향과 기호에 맞는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 소비자의 취향은 날로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지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동차회사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국내에 선보이는 수입차가 많아지고, 여성들의 구매 비율이 높아지면서 ‘중·대형 세단’으로 대표되는 천편일률적인 자동차 구매 문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오프로드를 즐기는 젊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실버 세대나 여성들이 많이 찾는가 하면, 국내에선 인기가 거의 없던 ‘해치백’ 모델 수요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최근 한불모터스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푸조 ‘307SW HDi’의 연령별 구매율을 조사한 결과, 전체 연령 중 50대 이상 구매율이 23.4%로 나타났다. 지난해 18.4%보다 5%포인트 늘어난 것.

현대자동차가 유럽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해치백 모델 ‘i30’은 국내 출시 첫 달인 7월 922대가 팔린 데 이어 8월 2040대, 9월 2022대가 판매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진 것은 좋은 현상이다. 소비자의 눈에 들고, 치열한 내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단한 기술 개발과 새로운 디자인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수입차를 접하게 되면서 국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은 이미 많이 높아졌다. 적당한 디자인, 가격, 성능으로는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키기 힘들 것이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생존을 건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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