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분기 기업 성적표 받아보니…IT ‘선전’ 금융업 ‘추락’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2분


코멘트
애플-인텔 등 예상밖 고수익

“4분기 좋아질 것” 전망 많아

올해 미국의 3분기(7∼9월) 기업 실적 발표 시즌(어닝 시즌·Earning Season)을 맞아 글로벌 기업들이 실적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에 쏠리는 재계 및 금융계의 관심은 유달리 크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후폭풍에 유가 급증까지 겹치면서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 따라 이런 불안감이 커질 수도 있고 부정적 전망이 상쇄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 상당수는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하지만 일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성과가 나오면서 ‘미 경제가 아직 펀더멘털은 건재하다’는 신호를 보내 줄 것이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애플. 3분기 매출이 62억2000만 달러에 순이익 9억4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아이폰과 아이팟 같은 인기 아이템 외에 PC 매출도 호조를 보여 작년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67% 늘어났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애플 덕분에 블랙 먼데이의 그늘에서 벗어났다(지난주 폭락했던 장세가 전환에 성공한 것을 뜻함)”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보수적인 전망치를 고집해 오던 애플이 처음으로 월가(街)의 추정치보다 높은 4분기 전망을 제시한 점도 기대를 부풀렸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칩 메이커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실적도 양호했고, 구글과 야후, 인텔, IBM 등도 월가의 전망을 훌쩍 뛰어넘거나 최소 기대를 충족시키는 수준의 성과를 잇달아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기업들의 실적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여파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씨티그룹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7%와 32%가 각각 떨어졌다. 와코비아도 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순이익이 줄었다.

나머지 업종들은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알코아와 몬샌토, 셰브론, 허니웰 등이 줄줄이 실적 하락을 신고했다.

시장분석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기업 121개사의 순이익은 평균 0.1% 감소해 ‘3.6% 증가’할 것이라던 초기 예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몇 가지 요인을 바탕으로 미국 전문가들은 아직 4분기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씨티그룹 시장분석팀은 “기업들의 수익은 2008년 하반기까지 긍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7월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와 최근의 유가 상승 요인이 4분기 이후의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