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나만의 조각’에 나이 지긋한 손님도 부쩍 늘어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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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마케팅 담당서 조각업체 사장으로…‘인그라비’ 송건 씨

“지난해 여름 서울 대학로에 갔더니 젊은이들이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 겁니다. 뭐하는 건가 궁금해 다가가 보니 휴대전화용 장신구에 이름, 하트 등을 새겨 넣고 있었어요.”

원하는 그림이나 문자를 휴대전화, 노트북PC, 반지 등에 새길 수 있는 조각 프랜차이즈 업체 ‘인그라비’의 신림점 송건(48) 사장은 지난해 말 ‘조각 창업’을 제안 받았을 때 대학로에서의 경험을 떠올렸다.

“요즘엔 중고교생뿐 아니라 젊은 직장인들도 온갖 기념일을 만들고,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을 때는 자신들만의 ‘징표’를 새기길 원하지요. 내년부턴 의무적으로 애완동물에 이름표도 달아야 하니…. ‘조각 시장’이 커질 것 같았죠.”

프랑스에서 조각기계를 수입하는 인그라비는 기존 조각 프랜차이즈에 비해 투자비용이 저렴한 데다 기계도 평면뿐 아니라 반지처럼 굴곡이 있는 표면에 조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컴퓨터에 조각기계를 연결한 뒤 컴퓨터에 프로그래밍된 각종 그림, 도형, 문자 등을 띄웁니다. 화면에 띄울 수 있는 건 모두 조각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정교하죠.”

하지만 처음부터 많은 위험을 떠안을 수 없는 데다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숍인숍’ 형태로 시작하기로 했다.

“주요 고객층인 13∼24세 유동 인구가 많으면서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싼 곳을 찾다 보니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근처가 적당할 것 같았습니다. 또 입지로 선택한 건물에는 영화관과 각종 쇼핑센터가 있고, 지하철과 연결돼 유동 인구도 많았지요. 건물 지하에서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통로에 5m²(1.5평) 규모의 작은 공간을 빌렸습니다.”

올해 3월 매장을 열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각을 할 수 있는 곳인지를 알리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본사에 인그라비의 특징, 장점 등을 소개하는 홍보 영상물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영상물을 매장 앞에 설치한 액정화면을 통해 내보내면서 지나가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눈길을 끌게 됐지요.”

또 영화관을 찾는 커플이 많은 점에 착안해 커플 고객에는 조각 비용을 할인해 주는 등 매장 앞을 오가는 고객의 연령이나 특징에 따라 다양한 쿠폰도 만들었다.

“중고교생들에게는 학교 수업을 마치는 시간대에 맞춰 오후 3, 4시에 오면 할인해 주는 ‘시간대별 쿠폰’, 친구를 데려오면 1명은 공짜로 새겨 주는 ‘1+1 쿠폰’ 등을 내놓았어요. 국내 대기업에서 마케팅 담당 직원으로 일하며 배운 마케팅 기법을 적용해 본 셈입니다.”

올해 3월 매장을 내며 조각기계 구입 등에 들어간 초기 투자자금은 약 1500만 원. 고객이 늘자 지난 8월엔 직원을 새로 고용하고, 조각기계도 한 대 더 마련했다. 현재 월 매출은 약 700만 원.

송 사장은 서울 남대문시장 안 액세서리 상가에 두 번째 매장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나만의 것’을 중시하는 고객이 늘고 있어 유망할 것 같아요. 요즘은 젊은이뿐 아니라 나이 지긋한 손님도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 성공 비결

무엇보다 ‘주인정신’이 성공 요인이다. 경쟁력 있는 기계를 보고 사업에 뛰어든 뒤에는 홍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반적으로 창업 자금 1000만 원대의 소자본 창업에서 주요 실패 요인은 ‘안 되면 그만’이라는 주인의식의 부재(不在)다. 쿠폰을 발행하고 모니터를 매장 앞에 설치한 것도 주인정신이 바탕이 된 창의성의 발현으로 보인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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