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사 상륙 제2금융 ‘야금야금’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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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시행되면 ‘대박’… 시장 선점 나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증권업, 보험업, 여신전문업, 대부업 등 국내 2금융권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2금융권에서 ‘금융 빅뱅’이 일어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 전문가들은 “국내 1금융권에선 기존 은행들의 입지가 확고해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한 외국 금융사들이 2금융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자산운용-담보대출 시장서 각축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자산운용 시장과 담보대출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맥쿼리IMM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비슷한 시기에 네덜란드 금융그룹인 ING그룹은 그룹 산하 ING자산운용을 랜드마크자산운용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국내 운용시장에서의 입지를 대폭 강화했다.

이에 앞서 JP모건자산운용은 5월에 자산운용업 허가를 받은 뒤 최근 ‘중동 아프리카 주식형 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해외펀드를 출시하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여신전문업과 대부업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인 외국계 회사도 많다. 1금융권의 대출 규제로 2금융권에서 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 것이다.

홍콩계 팬아시아모기지컴퍼니는 올해 초 대부업 등록을 한 데 이어 최근 여신전문업 등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미국계 대부업체인 페닌슐라캐피탈은 최저 금리가 연 7%대인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으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6월에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여신전문업 등록 요건과 절차 등을 상세히 문의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선 스탠다드차타드 측이 할부 및 리스회사 신설을 준비 중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 독일-미국계 보험사, 모기지보험 들여와

최근 들어선 독일 및 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 모기지 보험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모기지보험이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금융회사가 입게 되는 손실을 보험사가 대신 보상하는 상품이다. 이 보험에 가입하면 담보인정비율(LTV)을 현행보다 높게 적용받을 수 있어 더 많은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미국 젠워스모기지보험은 지난달 한국 지점 신설을 위한 예비인가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았다. 미국 AIG그룹 산하 AIG유나이티드개런티도 서울보증보험과 제휴해 이르면 이달 말 모기지보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다른 외국계 보험사 1, 2곳이 추가로 국내 모기지보험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계 최대 보험그룹인 프랑스의 악사(AXA)는 올해 5월 교보자동차보험 주식 74.7%를 인수하면서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수 직후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전체 자본금 규모를 1700억 원으로 늘리는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안정적인 지급여력 기반을 마련했다.

또 유럽 최대 민간의료보험사인 독일 DKV건강보험은 상해, 질병, 간병보험 등 제3보험 상품을 팔기 위해 이달 초 금융감독원에 예비인가 신청을 냈다.

국내 금융회사 관계자는 “외국 금융회사의 진출로 선진 금융기법이 도입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과도한 경쟁 때문에 가격체계가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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