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경영]‘프로슈머’가 기업 살린다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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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이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자발적 보상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인터넷 서비스의 개통이 지연되거나 사용 중 고장이 나 일정 기간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 경우 고객이 요구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다.

KT 측은 “이제까지 고객이 피해보상을 청구할 때만 보상해 왔지만, 고객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업계 처음으로 ‘자발적 보상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자발적 보상제도’는 올해 5월 KT가 소비자의 불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소비자 불만 자율관리프로그램(CCMS)’의 하나. KT는 이러한 고객만족 경영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1~6월) 통신위원회의 ‘초고속인터넷 부문 민원 평가’에서 ‘가입자 점유율 대비 민원발생비율’이 가장 낮은 회사로 선정됐다.

고객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제품을 재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객 중심 경영’은 기업의 실적과 직결되는 사활(死活)이 걸린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고객중심 경영에 사활

○ 높은 고객 만족은 실적으로 이어져

‘고객경영’ 특집기사목록

▶ ‘프로슈머’가 기업 살린다

▶ 국내 외국기업 ‘꿩먹고 알먹고’

▶ 고객 만족으론 부족하다, 감동시켜라

▶ 판매-정비-금융 ‘일대일 맞춤 서비스’

▶ 소비자 오감을 뛰어 넘어라… 소프트 디자인의 산실

▶ 주부생각 아파트 설계에 적용…고객 광고모델 활용도

▶ 파리 시민들 자전거 공짜로 타세요

▶ 유통기한 지난 제품 자진수거… 고객불만 해소 총력

▶ CEO들이 말하는 성공비결

LG텔레콤은 지난해 4월 도입한 ‘고객 만족 판매 서비스’ 제도에 따라 신규 가입 고객을 2개월 동안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이용하던 통신회사를 바꾸면 요금제도, 사용법 등이 달라져 불만이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LG텔레콤 측은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회사 측이 먼저 관심을 쏟는 것”이라며 “이런 서비스를 도입한 뒤 LG텔레콤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다는 의향이 27.9%나 높아졌다”고 밝혔다.

FnC코오롱의 맨스타는 올 5월에 이어 추석을 앞둔 이달에도 우수 고객을 선정해 경북 안동시에서 직접 짠 참기름을 점장이나 직원이 직접 집으로 보내 주고 있다. 올 상반기 남성복 매출이 작년에 비해 10%,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이 37% 높아진 것은 이러한 고객 만족 서비스 덕분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업이 고객 만족에 관심을 쏟는 일차적 이유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 실적을 향상시키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제품의 성공 성과지표에 매출 등과 함께 고객 만족도를 포함시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정지혜 연구원은 “고객 만족 경영은 더는 특정 기업의 전략이 아니다”며 “기업은 높은 만족도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으며, 다만 누가 더 차별화한 고객 만족을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 고객 만족, 사후 관리에서 사전 관리로

기업의 고객 중심 경영이 불만을 원활히 처리하는 ‘사후 관리’에서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해 제품에 직접 반영하는 ‘사전 관리’로 옮겨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이 앞 다퉈 도입하는 ‘프로슈밍’(소비자가 생산에 참여하는 것)은 고객 만족 경영의 일환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철선 연구위원은 “프로슈머의 활동도 과거에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겪는 불편, 개선 사항 등을 기업에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며 “이제는 기업이 상품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아예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일렉은 올해 하반기(7∼12월)에 내놓을 멀티미디어 액정표시장치(LCD) TV(프로젝트명 U1)를 개발하기 위해 우선 ‘고객’부터 찾았다.

대우일렉 측은 “경쟁사 제품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할 방안을 찾는 길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고객 만족으로 잠재 고객도 확보

고객 만족 경영은 ‘잠재 고객’을 공략하는 효과적 마케팅이기도 하다.

정유업체들은 최근 여성 운전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발 빠르게 포착해, 여성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최근 여성 프로슈머 커뮤니티인 ‘엔크린 엔느’와 ‘아름다운 모니터’를 각각 모집했다. 여성의 관점에서 주유소 사용 등에 따른 불편함과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GS칼텍스가 올 6월 문을 연 셀프 주유소 ‘대한주유소’에 설치된 야외 테라스, 독서방, 고객 전용 PC 등도 여성 프로슈머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

현대경제연구원 이 연구위원은 “고객을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면 신제품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LG경제연구원 정 연구원은 “고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고객의 불만과 건의에서 경영에 도움이 되는 ‘알짜 정보’를 골라내는 것도 기업의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글=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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