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경영]소비자 오감을 뛰어 넘어라… 소프트 디자인의 산실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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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한 휴대전화 ‘프라다폰’을 손에 들었다. 그러나 겉에 보이는 외형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눈을 감았다. 프라다폰이 미약하게 떨었다. ‘드르륵, 드르륵, 탁,탁,탁.’

연구원들은 손끝의 진동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에 골몰했다. 컴퓨터에 연결된 프라다폰에서 나온 그 떨림은

소비자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크롤할 때(드르륵, 드르륵)와 스크롤되던 화면이 끝부분에

도달했을 때(탁, 탁, 탁) 느낄 진동이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 15층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내 코퍼리트(corporate) 디자인실.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하는 곳이다.》

■ ‘프라다폰’ 탄생시킨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코퍼리트 디자인실’ 르포

○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한다.

현장에서 본 프라다폰의 다양한 진동은 ‘2세대’ 프라다폰부터 적용할 기술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기는 프라다폰에 조화로운 진동이 더해지면 소비자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연구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손에 착 감기는 만족스러운 느낌’은 외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제품을 들었을 때의 무게감,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신비스러운 재질감, 사용할 때 느낄 수 있는 편의성, 각종 메뉴의 디자인에서 느낄 수 있는 세련미, 동작과 어울리는 음향 등이 조화를 이뤄야 완성되는 것이다.

김진 코퍼리트디자인실장(상무)은 “보이지 않는 ‘소프트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아야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복합적인 매력으로 이성을 끌어당기는 것과 같다.

이곳에서는 LG전자 전 제품에 대해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담당한다. 디지털 TV에 쓰일 메뉴, 수출용 내비게이션의 메뉴에 들어갈 적확한 용어, 에어컨의 표면에 적용될 소재, MP3플레이어에 적용될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등이 모두 코퍼릿디자인실의 연구 영역이다.

○ 세심한 관찰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세밀한 관찰이 필수.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최적의 편의성을 찾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장기간 습성까지 알아내야 한다. 연구원들이 매장으로, 가정으로 뛰어다니는 이유다.

휴대전화 매장에서 소비자의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안구운동을 관찰하는 안경까지 동원한다.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눈동자를 관찰함으로써 말로는 표현하지 않는 소비자의 욕망을 읽는 것. 실험에서 소비자들은 그 어떤 디자인보다 브랜드 이름에 눈동자의 초점을 많이 맞췄다. LG전자가 프라다 브랜드를 도입한 전략은 적절했던 셈이다.

전국 디지털TV 사용자를 대상으로 TV의 어떤 기능을 사용했는지도 조사한다. 1주일에 1회 정도 녹화기능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실제로 ‘사용 기록(로그 파일)’을 분석해 보면 1개월에 한 번도 채 사용하지 않는다.

리모컨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추에 대한 기억도 실제 습관과는 달랐다. 안정희 책임연구원은 “‘화면 속 화면 보기 기능(PIP)’ 단추를 5개에서 1개로 줄이는 등 TV 리모컨 단추를 56개에서 37개로 줄일 수 있었다”며 “연말부터 새 리모컨이 시판되는데, 디자인만 개선한 것이 아니라 원가까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 만족을 넘어선 감동을 위해

휴대전화, TV 같은 제품의 촉감이나 사용 편의성뿐만 아니라 포장방법까지 연구대상이다.

휴대전화 ‘초콜릿폰’의 포장박스가 마치 진짜 초콜릿 상자처럼 꾸며진 것도 이곳에서 이뤄진 일이다. LG전자는 곧 고성능 디지털카메라가 들어 있는 휴대전화를 선보이는 데, 소비자들은 제품의 포장지를 여는 순간 재미있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포장 디자인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일관성으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전략이다.

기업의 이미지를 표출할 수 있는 ‘전 제품의 통일된 디자인 정체성’은 더욱 중요하다. 아이폰을 만든 애플사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보지 않더라도 애플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디자인한 제품만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퍼리트디자인실은 이런 통일된 디자인을 위해 제품 이미지에 맞춘 ‘디자인 팔레트’까지 개발했다. 예컨대 ‘따뜻하고 인간적인’ 느낌부터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 맞춘 이미지와 색상, 재질, 소리를 표준화한 것이다. 이 기법은 회사의 ‘통일된 정체성’을 표출하는 연구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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