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만우]공정위의 무리한 ‘기업 때리기’

  • 입력 2007년 9월 11일 03시 01분


기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건수와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소속 계열사 간의 부당지원에 대한 과징금은 632억 원으로 KT의 시내전화요금 담합 혐의에 대해 부과했다가 소송을 당해 현재 패소 상태에 있는 건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 규모다.

공정위 홈페이지를 열면 현대차 과징금 부과에 대한 혐의내용이 조목조목 제시돼 있는데 맨 윗머리의 ‘든든한 대기업’이라는 조롱성 문구도 눈에 띈다. 공정거래 위반 혐의로 과징금이 부과되면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기 마련이다.

과징금 부과 건수-금액 급증

지난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을 소송 등의 사유로 돌려준 금액이 65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부과된 과징금의 37%에 해당하는 액수로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와 기업의 억울함을 대변한다. 금년에도 과징금 반환은 계속돼 상반기 6개월 동안 435억 원에 이르고 있어 연말까지는 지난해 기록을 경신할 것이 확실하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사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글로비스에 일감과 이익을 몰아줬다는 혐의는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발표한 부당 지원에는 글로비스에 물류 업무 몰아주기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계열사 전체의 거래가 뒤섞여 있다. 재료비 인상 명목의 지원, 부품단가 인상금액 대납, 현대카드로 결제방식 변경, 자동차용 강판 고가매입 등의 혐의 사항은 ‘정상적인 거래’인지 ‘부당지원’인지를 가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비스는 정 사장의 지분이 높은 이른바 ‘왕자기업’으로 이익을 몰아줄 유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카드에 대한 글로비스의 지원과 같이 경영권 승계에 역행하는 혐의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런 미확정 혐의를 정부기관의 홈페이지에 대서특필하는 것은 부당하다. 기업이 소송을 제기해 과징금을 돌려받고 혐의를 벗어나더라도 이미지 실추는 돌이킬 수 없다.

기업소유 구조에 대한 공정위의 접근 방식도 재검토돼야 한다. 공정위는 대규모 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소유 지분 구조 분석 내용을 공개한다. 공정위가 발표하는 ‘소유지배 괴리도’와 ‘의결권 승수’라는 개념은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국내용 비공인 용어다. 보유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괴리도와 승수라는 정체불명의 수치로 인해 기업가는 ‘봉이 김선달’ 수준으로 몰리고 반기업 정서는 확산된다.

지주회사를 기업소유 구조의 해답으로 몰고 가는 정책도 문제가 있다. 외국의 경우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공시한다. 자회사 지분 20%를 보유하는 지주회사는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으며 국제회계기준상 연결 대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이 아닌 국제적 웃음거리가 등장하게 됐다.

지난해 과징금 37% 돌려줘

자회사인 은행의 주식을 100% 보유한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상장회사와 지분을 교환하는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특정기업 주식을 자회사인 은행이 대신 취득해 보유할 경우 실질적으로 상호출자에 해당돼 연결재무제표상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상호출자금지규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도 큰 문제다.

기업소유구조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통해 평가받는 것이 정답이다. 공정위가 임의의 방향을 정해 몰고 가지 말고 기업 스스로 시장원리에 따라 개선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국가경제의 중추인 기업을 시장원리에 맞지 않게 몰아치거나 부당하게 깎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한국회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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