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올해는 파업없이 가보자” 노조원들 이례적 촉구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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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번만은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 짓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지부장 이상욱)가 24일 회사 측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다음 달 초 쟁의를 벌일 계획을 세우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파업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회사 노조원들이 ‘정치 파업’에 반대한 적은 있지만 임·단협을 하면서 노조 집행부에 무분규 타결을 촉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실시될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 투표에 파업 반대 조합원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 것인지 주목된다.

26일 이 지부장 등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소속된 노동조직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파업 자제를 촉구하는 글이 10여 개 떠 있다.

조합원들이 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현대차 지부의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지난달 26일 폐쇄됐기 때문이다. 노조 집행부는 “임·단협 기간에 조합원들이 사측의 사주를 받아 유언비어를 유포할 수 있다”며 게시판을 차단했다.

이날 ID ‘염천’이라는 조합원은 “회사 제시안이 다소 미흡하지만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졌으면 한다”며 “올해는 제발 파업 없이 한번 가보고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현대차를 만들어 보자”고 촉구했다.

또 ‘나가요’라는 ID의 조합원은 “회사 제시안은 결렬 선언을 하고 등 돌릴 수준이 아니며 파업해서 얼마나 더 받아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며 “지금은 파업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내의 다른 노동조직인 ‘실천하는 노동자회’ 홈페이지에는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파업 후유증으로 영세업체는 쓸쓸한 명절과 연말을 보내야 한다”며 “현대차는 파업을 자제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현대차를 사랑하는 고객’이라는 ID를 쓴 사람도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고객이 없다면 소용없을 것”이라며 현대차 노조의 변화를 촉구했다.

또 이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열린게시판에는 ID ‘울산노동자’라는 사람이 글을 올려 “울산에서 구청장,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민주노동당이 지금은 한 명도 내지 못하는 것은 민주노총이 여론과 동떨어진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며 “여론을 무시한 현대차의 파업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협상 결렬 이후에도 실무 교섭팀 사이의 물밑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성과급 삭감 항의 파업(1월 3∼1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체결 반대 파업(6월 28∼29일)을 벌였으며 이번에 파업을 하면 올해 들어 3번째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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