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무분규’ 현대重 “노사 상생 새 길 찾자” 연구소 설립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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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울산 동구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노조의 노동정책문화연구소 개소식.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노조
18일 오후 울산 동구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노조의 노동정책문화연구소 개소식.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가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자체 연구소를 세웠다.

1995년 이후 지난해까지 12년간 노사 분규가 없었던 현대중공업은 전투적 노동운동이 득세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드물게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한 대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 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온건, 합리적 노동운동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한국의 대기업 노조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식을 찾기 위해 연구소를 세운 것은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8일 오후 울산 동구 전하동 전하 후생복지관 3층 건물에서 ‘노동문화 정책연구소’ 사무실 개소식을 했다.

연구소의 초대 소장은 오종쇄 전 금속연맹 부위원장.

오 소장은 1987년 7월 현대엔진 노조 교육홍보부장으로 노조 창립을 주도했던 인물. 현대엔진이 현대중공업에 합병된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강경 노동운동을 주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6차례 구속돼 4년간 실형을 살았다.

하지만 그는 이날 개소식에서 “합리적인 노동운동과 노사 간의 건전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이 연구소가 추진할 가장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변화를 향한 의지를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개방 경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노조도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모색하고 건전한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노조는 1994년 이전까지 ‘128일 장기 파업’ ‘골리앗 크레인 파업’ ‘액화천연가스(LNG)선 점거 농성’ 등 강경 노동운동을 벌인 한국 노동계의 ‘핵심 사업장’이었다.

그러나 1995년 강경 투쟁에 지친 노조원들이 온건 집행부를 뽑으면서 이 회사의 노사관계는 크게 달라졌다. 노조 위원장과 간부들이 회사 중역들과 함께 외국의 선주회사를 찾아다니며 “노사분규 걱정하지 말고 일감을 달라”며 해외 영업활동을 벌였다.

2005년에는 비정규직 근로자 분신자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에서 제명됐다. 이후 재심을 청구하지 않아 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독자 노조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문을 연 연구소의 이사장은 김성호 노조위원장이, 이사는 노조 안동근 기획부장과 최윤석(14대), 탁학수(15대) 전 위원장 등 3명이 맡았다.

이 연구소는 앞으로 현대중공업 노조 활동의 새로운 미래 정책과 실천 방향 등에 대한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학을 전공한 박사급 전문가 5명과 국책 연구소의 박사급 연구원 등 전문가 10여 명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할 계획을 세웠다. 또 현장 조합원을 중심으로 연구위원을 선임해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6시 사내 체육관에서 조합원 5000여 명과 민계식 부회장, 박맹우 울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조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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