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에 조선기자재 업체도 ‘즐거운 비명’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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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주 호황으로 부산, 울산, 경남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9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두산중공업 주단조공장에서 1만3000t짜리 프레스가 쇳덩어리를 내리치고 있다. 사진 제공 두산중공업
조선 수주 호황으로 부산, 울산, 경남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9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두산중공업 주단조공장에서 1만3000t짜리 프레스가 쇳덩어리를 내리치고 있다. 사진 제공 두산중공업
9일 경남 창원시 귀곡동 두산중공업 주단조(鑄鍛造) 공장.

1만3000t짜리 거대한 프레스가 벌겋게 달아오른 쇳덩어리를 내리쳤다. 선박용 엔진의 주요 부품인 크랭크샤프트의 소재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담금질과 벼림질’을 거쳐 더욱 단단해진 쇠뭉치는 이후 절삭과 용접, 조립을 거쳐 크랭크샤프트가 된다. 완성된 제품은 열이 채 식기도 전에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최영천(전무) 두산중공업 주단BG장은 “조선업체들의 수주 호황으로 크랭크샤프트 주문량이 지난해 연간 160개에서 올해 250개로 늘었고, 내년에는 300개에 이를 것”이라며 “납기를 맞추려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 ‘조선업 호황, 기자재 업체로 확산’

조선업계 수주 호황으로 조선기자재 업체들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특히 쇠를 두드려 선박엔진용 부품을 만드는 단조 회사들은 몰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없다. 이들 업체는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기 전에는 ‘별 볼일 없는 현대식 대장간’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조선 특수(特需)’에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실제 두산중공업 주단사업부는 2001년 2140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말 4631억 원으로 최근 5년 새 갑절로 늘었다.

두산중공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그치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어느 사업 부문 못지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몰려 있는 선박 관련 중소기업도 조선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주야 2교대 근무 전환은 물론 대대적인 인원 증원과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중소 단조업체 ‘태웅’의 김성열 차장은 “2005년 5000t급 프레스의 주야 2교대 전환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8000t급 프레스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며 “2005년 150명이던 직원은 절반이 늘어 22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 ‘블루칩으로 떠오른 조선기자재 업체’

‘굼뜨기로’ 소문난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작년 말 대비 올해 6월 말 현재 상장 조선업체 6개사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128.5%인 데 반해 대표적인 조선기자재 업체 9개사는 평균 141.7%로 상승폭이 더 컸다.

하나대투증권 장근호 연구위원은 “선박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15%대로, 10%를 밑도는 조선업체보다 경영실적은 오히려 낫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조선 호황을 틈타 앞 다퉈 증설에 나서고 있어 3∼4년 후엔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대신증권 정동익 연구위원은 “내년 말쯤이면 단조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작년 말 대비 3배 이상 늘고 비상장사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아진다”며 “설비투자가 수요 증가세보다 빨라 중장기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원=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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