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그들만의 리그’…상암DMC 등 대규모 공사 입찰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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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에 대형 건설사끼리만 응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형사로만 구성된 컨소시엄이 만들어지면 여기에 끼지 못하는 중견업체들은 입찰에 참여해도 공사를 따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편법적인 진입 장벽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중견업체를 중심으로 발주처의 공모(公募)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 드림팀인가, 진입 장벽인가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이달 말 공모할 예정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빌딩 건설 사업에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6개사가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도급순위 상위 7개 대형 건설사 중 현대산업개발(6위)을 뺀 나머지가 모두 참여하는 ‘드림팀’을 구성한 셈이다. 여기에 도급순위 8위인 롯데건설, 9위인 SK건설도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DMC 랜드마크빌딩은 100층 규모로 건설되는 대형 사무용 건물로 총사업비는 2조50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앞서 4월 사업자 공모가 났다가 서울시와의 마찰로 취소된 한국철도공사의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에서도 상위 10개사 가운데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을 뺀 8개사가 컨소시엄을 맺었다.

또 총사업비 3조 원이 넘는 ‘파주 운정 민관 합동 개발사업’도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상위 5개사 가운데 4개사가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했다.

○ 중견 업체들 “우리에게도 기회 달라”

대형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중견 업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입찰에 참여할 기회가 사실상 박탈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형 업체 위주의 컨소시엄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 발주처가 설계 변경 등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역민들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중견 건설사인 A사의 한 임원은 “랜드마크빌딩은 서울시가 상암동 DMC를 핵심 업무단지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운영과 관리가 필요하다”며 “현재 구성된 대형사 위주의 컨소시엄은 사후 관리보다 일단 지어놓고 빠져 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측은 “100층 이상 되는 빌딩은 공사 단가가 일반 건물의 2배가 넘고 임대료는 3배 이상이어야 운영이 가능하다”며 “사업 리스크(위험)가 워낙 커 대형 업체들이 손실을 분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반박했다.

대형 업체와 중견 업체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발주처인 서울시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서울시 경쟁력강화추진본부 측은 “아직까지 공모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만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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