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잊은 그대들을 위해…기업들 ‘야심만만’ 이벤트

  • 입력 2007년 6월 22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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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의 경기 이천 공장 품질관리3팀에서 일하는 이보연 씨는 최근 야간 근무(오후 10시∼오전 6시)중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야식을 먹는 휴식 시간에 강원도에 사는 이 씨의 부모가 보낸 영상편지가 '깜짝 이벤트'로 상영된 것. "우리는 잘 있으니 걱정 말고 잘 일 열심히 하라"는 부모 격려에 다른 직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야근 근무조를 위한 행사를 격주로 마련하고 있는 지원팀의 김민수 과장은 "영상편지를 촬영하려면 우리도 밤을 새워 지방 출장을 갔다 오곤 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처럼 365일 24시간 생산 라인을 멈출 수 없는 전자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처럼 '밤을 잊은 그대들', 야간 근무자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야간에도 낮과 같은 생산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밤에도 즐거워야 일이 잘 된다

대표적인 부품 소재 업체인 삼성전기는 2004년부터 '야심찬(夜深餐)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야심만만 이벤트'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는 부서장이나 임원들이 야식을 들고 공장을 깜짝 방문하는 것이다. 피자 통닭 과일 같은 간식을 먹는 동안 '여러분의 땀과 노력은 우리의 미래입니다'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어 야간 근무자들을 격려한다.

삼성전자의 충남 천안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경기 기흥 반도체 공장 등에서도 야간에 깜짝 도시락 파티 같은 다양한 행사가 수시로 열린다.

하이닉스의 충북 청주 공장은 '러브 인 하이닉스'라는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마련해 휴식 시간에 댄스 경연 대회, 생일잔치 등을 열기도 한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이번 달 매주 월요일마다 야근자에게 피로회복제와 간식을 제공하는 '당신이 최고입니다'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회사가 지친 어깨도 안마해 드립니다"

야간 근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편의시설도 앞 다퉈 확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기 화성 반도체 공장에는 피로 회복을 촉진하는 산소방이 마련돼 있다.

LG필립스LCD의 경기 파주 공장은 늘 서서 일하는 야근자들을 배려해 생산 현장 휴게실에 전동 안마 의자를 비치해 놓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사업장의 야간 조명등을 환하게 켜도록 조치해 야근자가 출근할 때 '어두운 적각함'보다는 환한 공원으로 산책 나온 느낌이 들도록 하고 있다.

야간 근무자의 정신 건강까지 챙기고 있는 것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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