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주가 거품인가… 2000년 IT버블과 비교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버블(거품)이냐, 아니냐.’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23차례나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는 등 거칠 것 없는 상승세를 이어 가면서 ‘버블 논쟁’도 덩달아 확산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올해 급등 양상이 ‘정보기술(IT) 버블’을 닮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IT 버블은 1999년과 2000년 초 국내외 증시가 IT산업에 대한 장밋빛 기대로 폭등세를 보이다가 과도한 설비투자 및 공급과잉으로 주가가 폭락세로 돌아선 것을 말한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500 선을 넘은 지 한 달 만에 1,600 선을 돌파했다”며 “최근 주가 급등 양상은 IT산업에 대한 맹신(盲信)이 있었던 1999∼2000년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서울증권 지기호 투자전략팀 부장은 조정 없이 질주하는 현 장세를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에 비교했다.

“양치기 소년(증시 분석가)이 ‘늑대(조정)가 온다’고 소리쳐도 늑대는 결국 나타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개인투자자)이 더는 소년을 안 믿게 됐다. 아주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증권전문가들은 △과도한 유동성 △증시로 몰려드는 개인들 △경기 전망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 △주가 급등 등은 IT 버블기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IT 버블기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동부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당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가 넘는 고평가된 종목도 매입 대상이었지만, 현 장세는 저(低)PER주 위주의 종목선정과 펀드 등 간접투자 중심의 매매여서 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도 “2003년 2월 말 이후 전 세계 주가는 101% 정도 올랐으나 기업이익은 110% 증가했다”며 “1999∼2000년은 이익 없이 주가만 올랐지만, 지금은 기업이익의 증가 속도가 주가 상승 속도보다 빨라 버블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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