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급… 급… ‘종부세 매물’ 속출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급매물 전단이 줄줄이 붙어 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유세를 줄이기 위한 급매물이 늘고 있지만 매수세가 실종돼 거래는 여전히 뜸한 편이다. 김미옥  기자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급매물 전단이 줄줄이 붙어 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유세를 줄이기 위한 급매물이 늘고 있지만 매수세가 실종돼 거래는 여전히 뜸한 편이다. 김미옥 기자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강화와 앞으로 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아파트 매수세가 실종됐다. 반면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려는 다주택자,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고 있다. 여기에 공시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크게 늘어날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6월 1일)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것도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 세금, 대출이자 부담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 지역과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에서는 양도세 중과(重課)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싼 급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A(64) 씨는 최근 1990년대 초반에 입주한 분당 49평형 아파트를 시세(11억 원)보다 1억5000만 원 싼 9억5000만 원에 급매물로 내놓았다.

지난해 5월 재건축 예정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 17평형을 샀기 때문에 일시적 2주택자로 인정받는 다음 달까지 분당 집을 팔지 않으면 양도세를 최고 50%까지 물어야 하고 보유세도 집 두 채를 합한 공시가격에 따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목동 5단지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27평형 급매물 3, 4개가 시세(6억5000만 원)보다 5000만 원가량 싼값에 급매물로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1월에는 호가(呼價)가 7억5000만∼8억 원까지 치솟았다.

목동 5단지 인근 LG공인 측은 “급매물을 내놓은 집주인 가운데는 집값이 가장 비쌌던 지난해 11월 살고 있던 35평형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아 45평형을 산 사람도 있다”며 “대출이자와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기존 집을 처분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매물이 나와도 사려는 사람이 별로 없어 부동산중개업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3단지 인근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기대치가 1억 원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거래를 붙여 보지도 못하고 있다”며 “집주인 대부분이 집을 팔아야 하는데도 양도세 부담 때문에 억지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가(高價) 아파트 된서리

정부가 고가 아파트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자 아파트 매매가도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스피드뱅크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서울 아파트(재건축 제외) 매매가 상승률을 평형대별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평형대는 올해 1월 1.08%, 2월 0.34%, 3월 0.37% 등으로 오름세가 약간 둔화되는 정도였으나 50평형 이상은 지난달 0.13% 내렸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사장은 “세금 부담이 커져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가격이 상승하는 지역도 소형 아파트가 더 많이 오른다”며 “특히 샐러리맨들이 보유세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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