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 반대 진영이 동원한 ‘미친 소’라는 용어가 좋은 예다. 미친 소가 중심이 된 프레임은 “한미 자유무역은 우리 국민에게 미친 소를 먹게끔 강요한다. 어떤 경제적 이익이 있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협상은 나쁜 것이고 반대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을 형성케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 중 대외무역(수출입 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대외의존도(對外依存度)’라는 용어로 정의한다. 필자는 ‘출처 불명’의 이 용어가 적절치 못할 뿐만 아니라 사실을 호도하는 프레임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외활용도(對外活用度)’나 ‘대외개척도(對外開拓度)’와 같은 더 적극적인 용어로 정의하는 것이 ‘한미 FTA 체결’을 계기로 동북아 무역 허브를 지향하는 프레임에 적합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존’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인지한다. 홀로 독립하지 못하고 외부에 종속되어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용어의 뜻을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다”고 이야기하면 ‘아, 우리나라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구나!’라고 가치중립적으로 인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러한 점에서 이 용어는 적절치 못하다.
나아가 이 용어는 사실관계마저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북한은 좋은 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중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에는 채 10%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높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가 실제로 더 의존적인가? 알다시피 북한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으면 단 1년도 버틸 수 없는 지극히 ‘의존적’인 나라가 아닌가.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진행된 무역자유화 물결의 가장 큰 수혜자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통해 다른 나라들이 100여 년에 걸쳐 성공한 산업화 과정을 단 40년 만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원조를 받던 나라가 거꾸로 원조하는 나라로 변했다. 개방을 통해서 내수기업들의 경쟁력도 키울 수 있었다. 토종 이마트는 세계적 유통업체인 월마트, 까르푸를 제압하고 중국과 동남아 시장마저 넘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최근 대외무역과 서비스 거래가 많은 나라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증거를 연구를 통해 속속 제시하고 있다. 해외를 ‘활용’한 한국의 성장 모델이 경제 이론 측면에서도 맞았다고 세계 경제학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무역과 개방에 대해서 부정적인 프레임을 형성하는 대외의존도라는 용어가 학교와 언론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오염된 용어가 학생들과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이웃나라들이 부러워하는 한미 자유무역을 반대하게 만든다. 오염된 용어를 정화해야 한다.
조전혁 인천대 교수·경제학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