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드림 ‘초원으로 퀵 서비스’

  • 입력 2007년 3월 26일 02시 56분


《몽골 최대은행인 칸은행의 서울 지점에서 한국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아리운게렐(28·여) 씨는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외환은행 퇴계로 지점의 일요일 영업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1999년부터 한국 유학 생활을 해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는 최근 두 은행의 공동마케팅 양해각서 체결로 ‘파트너 은행’의 몽골인 대상 영업 준비를 위해 투입됐다. 외환은행 퇴계로 지점은 서울 중구 광희동 ‘몽골타운’ 입구에 있다. 몽골타운은 몽골계 택배업체, 식당, 잡화점 등이 수십 개 밀집돼 있는 곳으로, 전국의 몽골 노동자들이 일요일이면 이곳으로 몰려든다고 한다. 몽골타운 인근 은행 지점들의 몽골 노동자 본국 송금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외환은행에 앞서 국민은행 오장동 지점, 신한은행 을지로 5가 지점 등이 몽골 노동자들을 위해 일요일 영업을 하고 있다.》

○ 불법체류자 포함 총 2만8000여 명 달해

한국 내 몽골 근로자는 불법체류자 1만여 명을 포함해 총 2만8000여 명. 이들은 월 1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 이 가운데 50만∼60만 원을 고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한국은행 외환심사팀 이종덕 과장은 “이들이 몽골로 송금하는 돈은 연간 3억 달러 정도로 몽골 GDP(18억7000만 달러·2005년 기준)의 16%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아리운게렐 씨는 “몽골 내 근로자 월급여가 10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나게 큰 돈”이라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몽골인들은 은행이 아닌 불법 브로커를 통해 모국에 송금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최근 6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몽골인의 은행 송금 비중은 20%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 중에서도 은행 이용 빈도가 가장 낮았다.

송금 브로커는 적은 금액을 보낼 경우 2%대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데다 전화 한 통화면 몇 시간 이내에 가족들에게 돈을 부쳐 줘 인기가 높다고 한다.

또 지난해까지는 불법체류자의 경우 급여 증빙 서류를 내지 못해 은행 송금을 아예 못했기 때문에 브로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브로커 송금은 도중에 사고가 나도 보상을 받을 수가 없고, 대부분 ‘환치기’(외국환 은행을 거치지 않고 두 나라 간 송금하는 것으로 돈세탁 등의 수단으로 이용됨)를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았다.

급기야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했을 때 불법 송금 문제 해결을 공식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재정경제부 장관 고시로 불법체류자의 송금도 건당 1000달러, 연간 2만 달러 범위 내에서 허용됐다.

○ 수수료 할인-몽골인 직원 채용 등 마케팅

외환은행 노광윤 차장은 “외국인 노동자는 외환은행의 6개 고객 분류 중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문제는 지난해 중순부터 몽골타운에 있는 일부 지점들이 일요 영업을 시작했지만, 몽골인들이 여전히 은행을 잘 찾지 않는다는 점. 이 때문에 일요일에 근무하는 은행 직원들의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의 몽골인 대상 마케팅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몽골 송금의 경우 수수료를 5000원으로 할인해 주고, 몽골 은행과 제휴해 현지 계좌 개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전국 1만여 개 자동화기기(CD 및 ATM)에서 외환송금을 실시하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 송금용 휴대전화인 ‘코리안 드림폰’을 보급하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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