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가 골프장의 2배라니…카드 수수료가 기가막혀”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세탁소 카드 수수료율이 골프장의 두 배가 넘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신용카드업계에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며 집단 대응에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2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추진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 측은 “그동안 소형 가맹점은 대형 가맹점과 달리 수수료율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채널이 없었는데 앞으로 대책위가 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백화점 등 업종별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라고 촉구한 적은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대표기구를 만들어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 중기 ‘높은 수수료율’에 불만 폭발

대책위는 영세 정비업, 의류소매점, 인터넷쇼핑몰 등 신용카드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수수료율 협상을 하지 못하던 중소 유통·서비스업체 협동조합의 대표들로 구성됐다.

이들 업체는 규모가 작다 보니 그동안 카드사들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카드사와 협상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할인점, 종합병원, 호텔, 골프장보다 수수료율이 훨씬 높았다.

예를 들어 세탁소 수수료율(3.5∼3.6%)은 골프장 수수료율(1.5∼2.0%)보다 높다.

같은 유통업체라도 인터넷쇼핑몰 수수료율(2.7∼3.6%)이 할인점 수수료율(2.0∼2.7%)보다 높고, 동네 의원(2.5∼2.7%)이 종합병원(1.5∼2.0%)보다 수수료율이 높다.

대책위 김경배 위원장은 “경기침체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채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매출액의 1∼2%포인트를 대기업보다 더 내야 한다면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 카드업계, 중기 요구 일단 거부

가맹점 수수료는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각종 단체가 “가맹점의 희생으로 카드사만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했다. 지난해에만 대한의사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주유소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이 줄줄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했으나 카드업계는 수용하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여기에는 고객 신용관리를 잘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높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큰 몫을 했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순이익의 30∼50%에 이른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경기가 나빠져 연체율이 높아지고 미수금이 늘어날 때를 대비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당장 낮출 수 없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는 중소기업들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대해서도 “매출 규모가 크고 신용도가 높은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율 책정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식당 주인이 단골 고객에게 음식값을 할인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여신금융협회 황명희 홍보부장은 “중소기업이 자신들의 상황이 어렵다고 수수료율을 낮춰 달라는 것은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금융감독원 등 제3자가 수수료 원가산정 기준을 공정하게 만들면 그에 따라 합리적인 수수료율 기준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둘러싼 중소기업과 카드업계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카드를 결제할 때마다 가맹점이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돈으로 매출액의 1.5∼4.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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