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보험 이야기]특약 상품이 독약 될 수도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손해보험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이 높아서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손해율 때문에 차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보험료 인상 전에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특별약관(특약)이다. 특약은 보상 범위를 넓히는 대신 보험료를 더 받는 약정이다. 특약이 늘면 상품 개발비, 전산프로그램 운영비, 시스템 유지비 등이 추가로 든다.

현재 손보사의 차 보험 관련 특약상품은 모두 881개. 특약이 가장 많은 손보사는 동부화재와 제일화재로 104개씩이나 됐다.

금융감독원은 특약상품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입률이 극히 저조해 사업비가 낭비되고 있고, 일부 상품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A사는 2003년 9월부터 교통사고로 애완견이 죽었을 때 최고 100만 원을 지급하는 ‘애완견 사고담보 특약’을 판매했다. 고객 34명이 이 상품에 가입했지만 보험금을 신청한 적은 없다.

B사는 차 사고로 결혼식이 취소됐을 때 최고 500만 원을 주는 ‘결혼비용 담보 특약’을 팔았지만 보험금 지급 사례가 없다.

귀에 솔깃한 특약상품을 팔면 당장 보험료 수입은 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비 증가와 과다한 보험금 지급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대리운전 △주말운전 △명절운전 등 평소에 사고 위험이 있는 상황을 대비한 특약상품만 고르는 게 좋다고 금감원은 조언했다.

금감원은 ‘특약 정비팀’을 만들어 실효성 없이 사업비만 나가는 특약을 없애기로 했다. 손보사 스스로 했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든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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