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억 주고 산 건물 텅 비워…2년째 관리비만 3억4800만원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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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2004년 말 장애인을 위한 상가(商街)시설을 짓겠다며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아웃렛 매장을 157억 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들은 교통이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입점을 꺼렸고 건물은 텅 비게 됐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 시민이 기획예산처 예산낭비신고센터에 신고했고 확인 결과 노동부는 사전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건물을 매입해 지난해 7월까지 관리비로만 3억4800만 원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 건물은 재매각을 위해 거액을 들여 감정평가를 받고 있다.

예산처 예산낭비신고센터가 8일 발표한 지난해 3분기(7∼9월) 신고 접수 결과를 보면 일부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의 탁상 행정으로 수백억 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 “세금은 쌈짓돈?”

국세청은 10여 년 전 ‘동안양세무서’를 짓기 위해 경기 안양시의 땅을 사들였지만 아직까지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의 A건물을 빌려 세무서로 쓰고 있다.

예산처는 “당시 국세청은 동안양세무서를 안양세무서에서 언제 분리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용지를 매입해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지난해 5월 한강시민공원 광나루 지역에 2억1100만 원을 들여 테니스장을 지었으나 두 달 뒤 집중호우로 대부분 침수됐다.

알고 보니 이 지역은 지대가 낮아 매년 두세 차례 침수 피해를 보는 곳이었다. 일부 주민은 “사전 조사도 하지 않고 테니스장 용지를 골랐다”며 한강사업본부를 신고했다. 한강사업본부는 테니스장을 폐쇄하고 이곳에 침수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농구장을 지을 계획이다.

○ 도로공사는 단골 메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 멀쩡한 도로를 뜯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성동구 성수동 ‘서울 숲’의 진입로가 복잡하다며 완공한 지 1년도 안돼 인도 일부를 좁히고 차선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다 지난해 시민들의 신고로 예산처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서울시는 이 공사에 1억5000만 원을 들였다.

경기 동두천시가 정문에 도로가 있는데도 군용 차량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한 미군부대 후문 쪽 도로를 ‘군 작전 위험도로 개선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확장한 것도 시민들의 감시망에 걸렸다. 여기에는 20억 원이 투입됐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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