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띠 기업인 3인 “돼지처럼 경제 일어서야죠”

  • 입력 2007년 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정해년을 맞아 돼지띠 경영인 3명이 ‘한국경제 희망 찾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고영섭 오리콤 사장,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남주 웹젠 사장. 김미옥  기자
정해년을 맞아 돼지띠 경영인 3명이 ‘한국경제 희망 찾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고영섭 오리콤 사장,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남주 웹젠 사장. 김미옥 기자
《정해년이 밝았다.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하는 돼지처럼 장기 불황에 시달려 온 국내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길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크다. 본보는 돼지띠인 기업 최고경영자(CEO) 3명을 초청해 ‘한국경제 희망 찾기’라는 주제로 경제 전반과 기업 경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회를 열었다. 기업인들은 올해 우리 경제가 역동성과 창의성으로 다시 한번 뛰어오르길 기원했다. 이를 위해 기업투자를 막는 정부 규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또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주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증권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의 박종수(60) 사장 △광고대행사 오리콤의 고영섭(48) 사장 △인터넷 게임 개발회사 웹젠의 김남주(36) 사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본보 경제부 주성원 기자가 맡았다.》

▽사회=먼저 오늘 참석자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신 박 사장께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종수 사장=우리나라는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겪는 성장통을 앓고 있습니다. 지금 제대로 컨트롤 못하면 성장이 정체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경제는 여전히 낙관적입니다. 수출이 선진국 위주에서 개도국인 중국과 인도, 중남미로 다변화돼 새로운 시장이 계속 열리고 있는 점이 긍정적인 부분이죠.

올해 종합주가지수가 1,700까지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원자재 값과 유가 불안 요인이 안정되고 기업의 수익률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고영섭 사장=매년 경제를 이끄는 이슈가 있는데 작년은 월드컵이었고 올해는 대통령 선거입니다. 대선 때문에 시중에 돈이 풀릴 거라고 하지만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작년과 비교해 정체 혹은 후퇴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보고 있고요. 특히 대선은 광고시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 관심사가 대선에 쏠리면 기업들이 마케팅 활동에 소극적이 되거든요. 실제로 연말과 연초가 광고업계가 가장 바쁠 때인데 요즘처럼 한가하게 겨울을 보낸 적이 없어요.

▽김남주 사장=올해는 한국 정보기술(IT)업계에 도약의 시기이자 도전의 시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이 강해 IT 시장을 선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미국과 일본 등 강대국들이 게임 콘텐츠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자연히 국내로 해외 제품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요. 따라서 제품 하나에 매달렸던 사업 패턴에서 벗어나 이제는 제품 개발의 폭을 다양하게 넓혀야 합니다.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될 때가 온 겁니다. ▽사회=세 분 모두 2006년을 누구 못지않게 바쁘게 보내셨는데, 최근 회사 경영자로서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계신가요.

▽김 사장=벤처기업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생명입니다. 아이디어가 제품화되려면 자금이 벤처기업으로 흘러들어 와야 하는데 돈줄이 막혀 있어 힘듭니다. 벤처가 살아야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커 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박 사장=투자 부진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기업이 장기적인 성장을 목표로 투자를 늘려야 생산과 소비가 늘고 주식시장도 활성화됩니다. 요즘은 그러한 선순환 고리가 끊길 위험에 있어요.

▽고 사장=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대기업 투자가 적은 상태에서 경쟁만 심화되다 보니 관련 중소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허덕이기 일쑤죠. 기업 투자가 활발해야 내수가 살아나고 그래야 광고시장도 커지는 법입니다. 정부가 기업의 액티비티(활동)를 활성화할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사회=모두 투자 부진으로 경제 활력을 잃어 가는 것을 걱정하시는데, 활력을 되찾기 위해 한국경제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경제의 잠재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 사장=‘사람’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아이디어로 먹고살아 왔습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한국경제를 키워 왔죠. 인구구조학적으로 보면 향후 10년은 생산력이 무르익은 40, 50대 계층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입니다. 이들의 기(氣)를 살려 주면 생산성과 소비가 늘 것으로 봅니다.

▽고 사장=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한국의 고도성장은 무서운 교육열에서 나온 것이죠. 특히 광고업계는 사람의 가치가 절대적입니다.

▽김 사장=‘자원 부재(不在)’가 잠재력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자원이 없다 보니 아이디어로 승부한 민족이죠. IT의 초석은 다름 아닌 훈민정음과 금속활자라고 할 수 있어요. 작은 나라에서 사람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그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사회=김 사장 말씀처럼 좁은 나라에 적은 일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CEO로서 취업 준비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고 사장=정답은 멀리 있지 않아요. 얼마 전 입사 면접시험을 치렀는데 공부 외에도 국내외 연수와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치열하게 사는 분이 많더라고요. 이런 길을 걷는 주변 친구들을 보고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박 사장=직업을 선택할 때 반드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목표를 두세요. 또 그 분야의 1인자가 되려고 다방면으로 뛰어다녀야 합니다. 정부도 이런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민간 분야에서 모든 일자리를 만들 순 없지 않습니까. 외국 자본들이 들어올 때 혜택의 폭도 넓혀 글로벌 일자리도 늘어나는 걸 보고 싶습니다.

▽김 사장=환경은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창업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해요. 대신 눈높이를 처음부터 높이지 말고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기 바랍니다.

▽사회=올해 개인적인 과제는 무엇인가요.

▽박 사장=2008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고 한미 FTA까지 앞두고 있어 올해 증권업계는 이들을 어떻게 할지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우리 회사는 우리금융그룹 내에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내와 등산을 하면서 시간을 좀 더 가지려고 합니다. 아들 둘의 혼사 문제도 꼭 해결하고 싶네요.

▽고 사장=사장 된 지 3년이 됐는데 대한민국이 잘돼야 우리 회사나 가정이 잘되는 것 같아요. 거창한 것 같지만 저의 과제는 대한민국이 잘되도록 미력하나마 돕는 것입니다.

▽김 사장=두 분 다 회사 일이 먼저군요. 저는 아직 결혼도 못했어요. 올해는 결혼을 꼭 하고 싶네요. 집에서 막내인데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효도도 하고 싶습니다.

▽사회=돼지는 복과 재물을 상징하기도 하죠. 돼지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박 사장=돼지는 죽은 뒤 모든 것을 남에게 줍니다. 사회가 고도문명화되면서 각박해지고 있는데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베푸는 돼지가 때론 교훈이 됩니다.

▽고 사장=돼지 하면 풍요와 희망이 떠오릅니다. 한국이 매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늘 마음에 희망이 있어 극복해 온 거죠.

▽김 사장=저도 희망이 먼저 생각납니다. 어려서부터 돼지저금통을 보면 미래를 꿈꾸기도 했어요. 멧돼지 하면 떠오르는 공격적인 도전정신도 매력적이죠.

▽사회=끝으로 박 사장께서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해 주십시오.

▽박 사장=어깨가 축 처져 있는 젊은이들에게 한마디할게요. 어려움이 왜 나한테만 왔느냐고 생각하면 끝이 없습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생각하고 새해에는 좀 더 멀리 바라보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생활하기 바랍니다.

사회=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정리=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좌담 참석자

● 박종수(60) 우리투자증권 사장

△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 외환은행 입사

△ 대우증권 사장

△ LG투자증권 사장

● 고영섭(48) 오리콤 사장

△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 LG애드 입사

△ 오리콤 전략본부장

△ 만보사 사장

● 김남주(36) 웹젠 사장

△ 서울예림미술고등학교 졸업

△ ㈜원엔지니어링 입사

△ 미리내소프트 게임 기획·그래픽 총괄

△ 웹젠 그래픽 담당 이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