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의 ‘젊은 그들’이 온다

연말 각 기업의 임원 인사가 봇물 터지고 있다.

전열을 가다듬고 새해를 준비하는 이들 기업의 인사를 살펴보면 내년 국내 재계가 나아가고자 하는 흐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젊은 오너 2, 3세들이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됐으며 글로벌 경영을 위해 해외 경험이 많은 임원들이 주요 포스트에 포진됐다. 기업의 ‘입’인 홍보맨들도 줄줄이 승진했다.

○ 오너 그룹은 ‘권력 이양’ 중

‘더는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이미 아들딸이 충분히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 이번 인사는 각 기업 오너들의 이 같은 생각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신세계 정용진(39) 부사장이 사장을 거치지 않고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46) 부회장도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GS그룹도 오너 일가를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허용수(38) ㈜승산 사장을 사업지원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GS칼텍스는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세홍(37) 씨를 상무로 영입해 싱가포르 법인의 부법인장으로 발령했다.

SK케미칼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초대 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42) 부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오너 경영체제를 강화했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나이로 입사 1, 2년 만에 임원이 된 오너 2, 3세도 부쩍 많아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29)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상무)은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세창(31) 씨는 입사 1년 만에 계열사인 금호타이어 기획팀 부장에서 그룹 전략경영본부 이사로 승진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현아(32) 씨와 외아들 원태(30) 씨도 1년여 만에 각각 상무와 상무보로 진급했다.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내년부터 기업통합이미지(CI)를 개편하는 한화그룹의 올해 대규모 임원인사는 철저하게 ‘글로벌 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에 오른 최웅진 전 구조조정본부장은 한화그룹 미주 법인장 출신이다. 또 신임 경영기획실장(부사장)으로 발탁된 금춘수 전 대한생명 경영지원실장은 옛 계열사인 골든벨상사 출신으로 신입사원 때부터 해외영업을 맡아 왔다.

SK텔레콤도 내년에 미국과 베트남 등 해외사업에 역점을 두기 위해 김신배 사장이 직접 ‘최고성장책임자(CGO·Chief Growth Officer)’를 겸하기로 하는 등 성장사업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 홍보 등 대외협력담당 전성시대

대기업 총수들이 기업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기업의 ‘입’인 홍보맨들도 대거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권오갑 전무와 한솔그룹 고명호 경영기획실 상무는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그룹 노치용 전무도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오랫동안 홍보를 맡아 온 금호아시아나그룹 장성지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동양그룹 김영훈 상무는 전무로 승진해 동양시멘트 관리본부장이 됐으며, KT 이병우 상무도 전무로 승진해 마케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KTF 유석오 상무보와 신세계 박주성 상무보도 나란히 상무로 승진했다. LG전자 박형일 부장은 LG데이콤으로 옮겨 홍보를 포함한 대외협력 담당 상무가 됐고, 동양그룹 이성문 전략홍보실장도 이번에 상무보로 승진했다.

○ 삼성, 내년 초 인사 앞둔 ‘폭풍 전야’

초미의 관심사인 삼성그룹의 인사 시기는 내년 1월 13∼15일로 예상된다. 각 계열사의 CEO 중 40∼60%가 물갈이될 것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일부 CEO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장 간 돌려치기가 아니라 부사장 가운데서 발탁해 인사 적체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