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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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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류 공간 선호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지어지는 외국인 임대아파트 옥상에는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된다. 아는 사람들을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전통적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이태원 일대에선 작은 정원이 있는 집이 단연 인기다. 소박한 파티라도 열려면 외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4, 5층짜리 빌라 건물이라면 정원을 활용할 수 있는 1층의 임대료가 더 비싸다. 정원이 없다면 나무로 바닥을 깐 ‘데크’라도 외부에 있기를 바란다.
장기 체류 외국인이 주로 묵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호텔은 이런 ‘교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호텔에서는 한국어 강좌와 요리 강습은 물론 이웃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반상회’도 개최한다. 투숙객 전용 라운지에서는 간단한 가족 모임이나 친구 초청 행사도 열 수 있다.
○ 발코니는 개방형으로
발코니는 별도의 창호가 없이 개방된 형태를 선호한다. DMC의 외국인 임대아파트를 설계하면서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도 이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최근 두바이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반도건설의 모델하우스에서도 발코니는 개방된 형태다. 거실과 방 2개의 앞을 지나는 발코니는 어느 곳에서든지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다.
모델하우스를 찾는 고객 중 상당수는 널찍한 발코니를 보면 확장 여부부터 묻는다. 현지에서는 발코니 확장이 금지돼 있다. 그럴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대주건설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짓는 아파트에는 폭 2m의 대형 발코니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리스에서는 부자의 기준이 벤츠나 BMW, 요트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석양을 바라보는 널찍한 발코니를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 방의 개수가 먼저, 면적은 그 다음
한국은 ‘33평형=방 3개, 욕실 1, 2개’ 식으로 면적을 우선시하는 문화다. 그러나 많은 외국인은 방의 개수와 욕실의 개수 등을 먼저 본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먼저 살피고 면적은 그 뒤에 따진다. 두바이에서 아파트를 짓는 반도건설과 성원건설의 모델하우스에는 분양 면적이 표시돼 있지 않다. ‘침실 1개형’, ‘침실 2개 서재 1개형’ 하는 식으로 주요 공간의 개수만 적혀 있다. 같은 ‘침실 2개, 서재 1개형’이라도 면적은 30~60평형대로 다양하다.
○ 거실은 크게, 천장은 높게
서양인들에게 침실은 잠만 자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침실이 작고, 대신 거실이 큰 곳을 선호한다. 국내 아파트도 방의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거실 등 다른 공간을 넓히는 추세다.
외국인들은 또 천장이 높은 집을 선호한다. 엄밀히 말하면 국내 아파트가 외국 것에 비해 천장이 낮은 편이다.
DMC 외국인 임대아파트의 천장 높이는 2.7m로 일반 아파트의 2.2m보다 높다. 성원건설이 두바이에서 짓는 아파트의 천장 높이는 2.8m에 이른다. 성원건설은 고급 주거공간의 선택기준 중 하나가 높은 천장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같이 설계했다. 성원건설 설계팀 정상민 과장은 “호수 인근에 위치해 외부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높은 천장으로 실내까지도 탁 트인 느낌을 주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차별화를 시도하는 건설업체들은 국내에서도 천장을 0.1∼0.2m씩 높인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 인테리어 등 외장은 한국이 앞서
아파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인테리어나 홈네트워크 설비 등은 한국이 더 세련된 편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동일하이빌은 골조만 올려서 분양하는 현지 업체들과 달리 세련된 인테리어가 제공된 아파트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대주건설이 뉴질랜드 아파트에 도입하는 디지털 도어록과 컬러 비디오폰 등은 현지 아파트에서는 보기 힘든 설비라고 한다.
용산구 한남동에서 외국인들에게 임대주택을 알선하는 김수민 씨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호도 차이가 크기는 하지만 정원이 딸린 집과 깨끗한 집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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