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Company]철∼철 넘치는 감성으로 더 가까워진다

  • 입력 2006년 11월 25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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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는 간 데 없고 바퀴만 달린 자동차가 굴러가고 있다. 철이 없으면 인간의 생활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 포스코의 광고 . 사진 제공 포스코
본체는 간 데 없고 바퀴만 달린 자동차가 굴러가고 있다. 철이 없으면 인간의 생활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 포스코의 광고 . 사진 제공 포스코
《요즘 기업들은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 못지않게 일반인에게 친근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신경을 쓴다. 철강, 조선 등 일반 소비재가 아닌 생산재를 생산하는 중공업체 역시 예외는 아니다. 》

철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산업의 속성상 일반 소비자들은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심리적 거리감은 회사에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가져온다. 대졸 취업자들이 일반 제조업의 ‘작업복’보다 정보기술(IT), 서비스직의 ‘넥타이’를 선호하면서 중공업체들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중공업계는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 광고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감성적인 광고로 감성에 호소하는가 하면 반짝이는 카피 한 줄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 무거울수록 가볍게

동부제강이 2004년부터 3년째 사용하고 있는 광고 카피는 ‘철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기업’이다. 고로를 갖추지 않은 철강업체이기 때문에 포스코 등 고로업체가 생산하는 핫코일 등에 부가가치를 불어넣는 기업임을 한 줄로 표현한 것이다.

처음에는 똑같은 철이었지만 이 회사의 냉간압연 등 후(後)공정 과정을 거치면서 통조림 캔, 전자제품, 자동차 및 건축용 내외장재 등 다양한 용도로 변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 이춘우 홍보팀장은 “회사 이미지가 부드러워진 것은 물론 인지도도 높아져 우수인재 확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광고 이후 3년 동안 공채 평균경쟁률이 해마다 두 배 이상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로 업체인 동국제강은 쓰다 버린 고철을 다시 녹여 재활용하는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해 ‘지구는 녹슬지 않는다’는 카피를 내세우고 있다. ‘철강업체=환경파괴’라는 편견을 카피 한 줄로 자연스럽게 뒤바꾼 셈이다.

일반인들에게 친숙히 다가서기 위한 노력은 조선 및 기계 등 중공업 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몇몇 중공업체는 각 기업이 하는 일을 ‘노골적’으로 설명해 주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실제로 중장비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TV에서 선보인 ‘인프라’ CF는 사회기반시설인 인프라의 개념과 이 같은 인프라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이 회사의 역할을 모션그래픽 기법이라는 최신 광고기법을 통해 위트 있게 표현해 주목을 끌었다.

● 알리려 애쓰지 말고 봉사활동에 충실하라

중공업체들은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지역민에 다가서기도 한다.

현대제철은 올해 6월부터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독거노인 전화말벗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인천, 경북 포항, 충남 당진 등 회사 소재 지역의 독거노인과 직원을 일대일로 맺어줘 현대제철 직원들이 주 1, 2회 안부전화를 하며 외로움을 덜어 주는 것.

이 회사는 또 2005년 추석부터 해마다 설날과 추석 명절기간에 무연고 장애인들을 임직원 가정에 초청하는 가족의 정 나누기 행사도 해오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최근 INI스틸에서 현대제철로 사명을 바꾸면서 기업 이름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가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문화예술 지원(메세나 활동)으로 기업 이미지를 바꾼 대표적인 기업이다. 포스코 메세나 활동의 특징은 포항, 광양 등 제철소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문화활동을 지역민에게 제공해 지방의 문화적 소외감을 덜어 주자는 취지다.

실제로 포항의 포스코 갤러리에서는 연 20회 이상의 전시회를 열어 지역 작가가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는 또 한국 전통문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철재(鐵材) 문화재를 중심으로 ‘1문화재 1지킴이 활동’을 적극 펼쳐 나가고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시계-침대-밥솥-엘리베이터… 철 없인 못 살아”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김모(35) 씨.

김 씨는 24일 오전 6시 스테인리스강(鋼)으로 만든 자명종 시계의 알람 소리를 듣고 강철파이프 프레임으로 된 침대에서 일어났다.

역시 스테인리스 압력밥솥에서 지어낸 밥을 스테인리스 수저로 떠먹고 강판으로 제작된 현관문을 열고 출근길에 나섰다.

이어 김 씨는 지하철 3호선 불광역에서 철 덩어리인 전동차를 탔다. 전동차는 강철 레일을 달려 강재(鋼材)로 이뤄진 동호대교를 건넜다.

회사 근처 신사역에서 내린 김 씨는 15층 사무실까지 강철와이어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출근을 마무리했다.

김 씨의 예처럼 현대인의 생활은 철이 없다면 아예 불가능하다.

철강 맨들은 ‘철이 없으면 문명도 없다’며 업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포스코 홍진숙 과장은 “철은 인간생활에 필수적 요소지만 공기처럼 평소 그 존재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며 “현대인은 철없이는 단 1분도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금속은 스테인리스이다.

철과 니켈 등 여러 가지 금속을 혼합해 만드는 스테인리스는 녹이 슬지 않고 반짝이는 표면 때문에 주방용품과 세탁기 냉장고 등에 많이 이용된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선풍기 모터, 에어컨 압축기의 핵심부품인 모터의 주요 재료 역시 방향성 전기 강판이 사용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대형 건물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도 강철이다. H형강과 철근이 없다면 10층 이상의 고층건물도 존재할 수 없다.

철강업계에서는 앞으로 건축용 철강의 품질이 발전하면 300층 이상의 빌딩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간의 생명연장기술도 근원적으로 금속에서 나온다. 수술기구 대부분이 스테인리스이고 첨단 의료기에 들어가는 소재들도 대부분 첨단 금속소재들로 이뤄져 있다.

철은 스케이트 골프채 스키 등 상당수 스포츠 레저용품은 물론트럼펫 색소폰 기타 등 악기에도 들어가 있어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동부제강 이춘우 홍보팀장은 “철강업계의 기술 발전과 품질 향상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임직원 및 가족 100여명 “나누는 기쁨 함께 누려요”

STX그룹 ‘나눔경영’ 실천

출범 5년째 맞은 STX그룹이 외형 성장에 걸맞은 적극적인 나눔경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5월 발족된 ‘STX 가족 봉사단’이 대표적이다. 경남지역에 있는 STX조선, STX엔진, STX중공업, STX엔파코 등 4개사 임직원 부인 및 여직원들로 구성된 100여 명의 단원은 아동 보육시설, 노인정 등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STX는 또 올해 3월부터 서울 영등포구 공부방 ‘좋은 나무’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전 임직원은 조를 나눠 매달 세 차례 공부방을 방문해 아이들과 포크댄스를 추고 근처 찜질방에서 목욕을 하는 등 가족애를 나누고 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산-학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경남 창원시 창원대와 연구과제를 교류하는 한편 창원 STX중공업 공장에서 현장 체험 교육도 실시한다.

21일에는 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을 체계적으로 묶는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200억 원 규모의 이 재단은 산업재해 근로자의 재활을 지원할 ‘재단법인 STX 복지재단’과 소외계층 자녀의 교육기회를 늘릴 ‘재단법인 STX 장학재단’으로 나뉜다.

STX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봉사는 이제 선택이 아닌 책임”이라며 “조선업계 전반에 나눔경영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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