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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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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블루오션전략 강연회’.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1200명이 넘는 신한금융그룹 지점장들에게 이 같은 인사말을 했다. 인사말치고는 좀 살벌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이 자리에는 나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이인호 사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도 모두 참석했다. 이들의 표정도 굳어 있기는 마찬가지.
신한은행은 이날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새로운 경영이론을 주창한 김위찬 유럽경영대학원(INSEAD) 교수를 연사로 초청했다.
○ 레드오션 시대… 2008년 위기설
2006년은 신한은행의 ‘최고의 해’였다.
분기당 5000억 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냈다. 4월에는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마무리했다. 또 8월에는 신한금융그룹이 LG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3분기(7∼9월) 순이익(4617억 원)은 2분기(4∼6월, 5195억 원)보다 11.1% 줄었다. 외부환경도 안 좋았다. 은행권에 큰돈을 벌어줬던 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전도 끝났다. 이제 지점 영업만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 ‘2008년 위기설’까지 나돌 정도다.
성장 동력으로 꼽혔던 주택담보대출도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부동산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거품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잠재적인 악재다. 대출금은 위험자산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아무리 앞을 봐도 수익을 낼 곳이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이 은행 안에서 터져 나온다.
○ 설계자 양성 서둘러야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신한은행은 상품과 과정은 뛰어난데 인재경영이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루오션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상품과 이 상품의 제조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설계자’를 키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하며 몸집은 크게 불어났지만 이 덩치를 감당할 만한 우수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는 LG전자를 예로 들었다.
LG전자는 최근 ‘초콜릿 폰’, ‘샤인 폰’ 등의 휴대전화가 히트를 하면서 적자에 시달리던 휴대전화 부문을 흑자로 돌려놓았다. 이 제품들은 LG전자가 임직원 교육기관으로 설립한 ‘블루오션 학교’에서 만들어졌다. 인력에 대한 교육과 투자를 더 하라는 게 김 교수의 주문이다.
○ 우린 어쩌란 말입니까?
강연이 끝나자 지점장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갈증이었다.
홍난희 서울 동부법원지점장은 “구체적으로 인재경영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신한은행은 시야가 국내에 멈춰 있다”며 “외국은행과 기업을 공부해 직원들이 스스로 세계시장과 국내시장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방이 ‘붉은 바다’만 바라보이는 신한은행호(號)가 어떤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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