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진작” 구호에 작아진 ‘저축의 날’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2분


‘저축의 날’ 행사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건전한 소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3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3회 저축의 날 행사에서 저축유공자 수상자는 단체를 포함해 모두 100명으로 역대 최소 규모다.

저축유공자 훈포장 및 표창 수상자는 2000년 426명, 2001년 424명, 2002년 412명, 2003년 382명, 2004년 186명, 2005년 120명으로 매년 줄어들었다.

행사 규모도 많이 축소됐다. 지난해까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규모가 훨씬 작은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조촐히 치렀다.

행사에 온 귀빈들의 ‘격’도 떨어졌다.

지난해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해 축사를 하고 직접 상을 줬지만 올해는 권오규 경제부총리 대신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 정부 대표로 나왔다.

1970년대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저축을 장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날 행사에 권 부총리가 불참한 것에 대해 재경부는 “국무회의 일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권 부총리가 저축을 장려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 한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정부 시각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권 부총리가 불참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때 이승일 부총재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행사 주관 기관장이 불참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이성태 총재가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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