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높이고 책임 나누고 원톱보다 ‘투톱’이 더 좋다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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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이랜드그룹 등 4개 유통 관련 그룹은 국내 백화점의 78%, 대형 마트의 50%나 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들 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2∼4명의 복수 대표이사를 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유통회사들이 복수 대표이사 체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 롯데쇼핑 신세계 이랜드 등 도입

국내 유통업계의 선두 주자인 롯데쇼핑은 대표이사만 4명.

설립자 신격호 회장과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올라 있다.

백화점을 담당하는 이인원 사장과 대형 마트 부문 책임자인 이철우 사장도 대표이사 명함을 갖고 있다.

신세계도 구학서 총괄 사장과 석강 백화점 부문 사장, 이경상 이마트 부문 사장 등 대표이사가 모두 3명이다. 최대 주주인 이명희 회장과 이 회장의 장남 정용진 부사장은 임원이지만 대표이사는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최대 주주인 정몽근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하원만 사장을 대표이사로 두고 있다. 정 회장은 법인용 선물 및 식품자재 유통회사인 현대H&S에도 전문경영인인 김태석 사장과 함께 대표이사로 올라 있다.

프랑스계 대형 마트 까르푸, 해태유통 등을 잇달아 인수합병(M&A)하면서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이랜드는 독특한 복수 대표이사 체제다.

모(母)기업에 해당하는 ㈜이랜드는 안재흥 전무와 박상균 부장, 김성진 부장 등 3명이 대표이사다. 박 부장과 김 부장은 직급이 부장이지만 각각 브랜드를 관리하는 대표이사로 돼 있다. 설립자인 박성수 회장과 김영수 사장은 이사로만 돼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4년 기준 국내 상장사의 절반가량이 복수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 1곳의 평균 대표이사 수는 1.6명. 유통업계의 복수 경영체제는 다른 업종에 비해 두드러진 편이다.

○ 경영방식은 회사마다 뚜렷한 차이

복수 대표이사를 두고 있지만 대표이사들의 역할은 회사마다 각각 다르다.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가 예산 및 인사를 별도 운영하는 완전 독립채산제 방식.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은 그룹정책본부를 통해 두 부문을 총괄 조정하고 있다.

신세계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구학서 총괄 사장이 대규모 투자나 신세계 전체 경영 방향을 정한다. 반면 석강 사장과 이경상 사장은 각각 백화점과 이마트의 영업 및 경영을 책임진다.

현대백화점은 다소 복잡하다. 정몽근 회장을 대신해 장남인 정지선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하원만 사장이 영업을 총괄한다. 또 영업 이외의 기획과 인사, 예산 등은 경청호 그룹 기획사장이 맡는다.

이랜드는 3명의 대표이사가 영업 등을 책임지지만 최대 주주이자 설립자인 박성수 회장과 김영수 사장이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다.

○ 대표 이사들 업무 명확히 나눠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대표이사가 있는가 하면 급격히 성장한 회사의 내실을 착실하게 다지는 데 주력하는 대표이사도 있다”며 “대표이사들 간에 업무를 명확히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산업 특성상 업태별로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해 복수의 대표이사를 갖출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갤러리아백화점 가제학 홍보부장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 패션 유통은 판매 방식이 달라 인력 교육부터 상품 구입, 물류가 모두 다르다”며 “대형 유통회사들로선 한 명의 대표이사에게 모든 짐을 떠맡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복수 대표이사 체제를 갖춘 주요 유통회사
기업대표이사직책나이(세)대표이사 등재시기
롯데쇼핑신격호그룹 회장841970년
신동빈그룹 부회장511997년
이인원백화점 부문 사장591997년
이철우롯데마트 부문 사장632003년
신세계구학서총괄 사장601999년
석강백화점 부문 사장572004년
이경상이마트 부문 사장572005년
현대백화점정몽근그룹 회장641974년
하원만백화점 사장592003년
이랜드안재흥전무522006년
박상균부장372004년
김성진부장392005년
2006년 반기사업보고서 기준. 자료: 금융감독원 및 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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