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에 공장있는 죄?…보상금으론 이전비용 감당 못해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케이블 제작업체 D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에 대지 면적 8000평의 공장을 갖고 있다. 요즘 이 회사의 문모 사장은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공사가 시작되는 내년에 공장을 이전해야 하지만 이전 비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통보받은 보상금은 24억 원이지만 같은 규모의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세금을 제외하고도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문 사장은 요즘 은행으로부터 차입금 상환 독촉까지 받고 있다.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돼 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충남 연기, 공주 지역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년 착공 예정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 지역에 있는 14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지역 기업의 69.2%가 아직 이전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보상금에 비해 이전 비용이 너무 많거나(65.4%), 대체 용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28.8%)이다.

3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144개 기업(98.0%)은 정부 보상금이 공장 이전 비용에 미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공장을 이전하면서 공장 규모와 종업원을 줄일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이 40% 안팎인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기업 규모를 줄이거나 심한 경우 폐업에 이르게 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앗아가는 ‘불행의 씨앗’이 되고 있는 것.

연기군에서 식료품 업체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주변 지역 땅값이 많이 올랐는데 보상금은 그에 미치지 못해 공장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공장 규모를 줄였을 때 채산성이 안 맞는다고 판단되면 폐업 외에는 방법이 없고, 사업을 계속하더라도 공장이 축소된 만큼 종업원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인근 지역 땅값은 평당 70만 원 수준이지만 보상가는 50만 원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애로종합지원센터 황동언 팀장은 “국책사업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며 “정부 사업에 의한 이전으로 손실이 예상되므로 앞으로 혁신도시 건설 등 비슷한 사례가 있을 때는 양도세 감면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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