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금 3조 원 연내 한국증시 빠져나갈 듯"

  • 입력 2006년 9월 25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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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 증시를 서둘러 빠져나가고 있다.

'탈(脫)한국'을 준비하는 외국인 자금은 사모(私募) 외국인 전용 수익증권(외수펀드)에 들어있는 돈이다. 이 펀드는 1998년 외국인 자금 유치를 목적으로 국내에 설정됐다. 이들이 급히 빠져나가는 원인과 파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3조 원 외국인 자금 연내 떠날 듯

2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조2623억 원이던 외수펀드 설정 잔액은 22일 현재 1조8637억 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10개월도 채 안돼 1조4000억 원 가까이가 한국을 떠났다.

남아있는 투자금도 연말 전에 국내 주식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수펀드 운용사는 한국투신운용이 1조6000억 원 가량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2600억 원 가량이 대한투신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푸르덴셜자산운용에 분산돼 있다.

이들 펀드는 코스피시장의 대형 우량주에 집중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운용 조동혁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이들이 내놓은 대량 매물로 수급이 일시적으로 꼬이면 증시에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세 부과가 직접적 원인

증권전문가들은 세금 문제가 외수펀드 이탈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내놓은 세제(稅制)개편안에서 내년부터 외수펀드를 포함한 사모펀드는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매매가의 0.3%를 증권거래세로 내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펀드에 적용하고 있는 거래세 면제 혜택을 내년부터는 공모 펀드에만 주겠다는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거래세 면제 혜택을 노리고 외수펀드에 가입한 만큼 세제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박원호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외수펀드가 대규모 프로그램 매매를 일으켜 시장을 혼란시킨다는 의혹을 자주 받은 만큼 (이들의 퇴장은)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운용사는 돈을 맡긴 1, 2개 외국인 투자가의 지시에 따라 '매매 대행'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은 거래세 폐지 추세' VS '과세원칙 예외 없어'

하지만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외국인들의 급속한 이탈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는 없는 거래세를 물리면서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을 쫓아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증권매매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1999년에 거래세를 폐지했다.

안세준 재경부 재산세제과장은 "과세 원칙 적용에 예외는 없다"며 "공모 펀드에도 거래세를 물리려 했지만 업계 요청으로 2년 유예키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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