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새 주인후보에 신한지주 선정… 예비협상대상자에 하나금융

  • 입력 2006년 8월 16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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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호(號)'의 새 주인 자리에 성큼 다가서면서 국내 금융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LG카드 매각 주관사인 한국산업은행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지주를, 예비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종배 산업은행 부총재는 "주당 인수 가격과 인수 물량, 자금조달능력, 향후 경영계획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 같이 결정했다"며 "신한지주가 제시한 응찰가와 물량 등은 비밀유지협상 원칙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산은은 이달 말까지 신한지주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실사(實査)작업을 거쳐 10월 중 최종 매각 조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은행은 신한-국민 양대 체제로

신한지주는 2001년 국내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제주은행, 굿모닝증권, 조흥은행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 건을 모두 성공시키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큰손' 신한지주가 감각적인 베팅(입찰가격 산정)으로 금융 관련 인수합병 물건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한지주가 LG카드를 최종적으로 인수할 경우 신한지주의 총 자산은 219조 원으로 종전보다 12조 원 늘어난다. 순이익 규모도 1조 712억 원에서 1조 7118억 원으로 많아진다.

국민은행의 총 자산은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 268조 원가량 된다. 신한지주와 국민은행의 총 자산 차이(49조 원)는 영업력에 따라 역전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신한지주와 금융업계 3위인 우리지주와의 자산 규모 차이는 종전 20조 원에서 32조 원으로 벌어진다.

자산이 대폭 늘어나는 것 이외에 신한지주는 1000만 명이 넘는 LG카드의 고객정보로 다양한 연계사업을 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신한지주 우영웅 전략팀장은 "할인마트 등 유통업계와 협력해 카드 및 금융상품 판로를 넓히거나, 고객 정보를 활용해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신한 전성시대'

신한지주는 전체 금융업 기준으로는 2위지만 카드 부문만 놓고 보면 1위로 부상하게 된다.

신한지주 계열인 신한카드는 올해 4월 신한 및 조흥은행이 통합하면서 옛 조흥은행의 카드사업 부문을 흡수해 규모를 키웠다. 올 6월 말 기준 회원 수가 603만 명, 가맹점 수가 337만 개에 이른다. 시장점유율은 현재 8.6%지만 LG카드를 인수하면 25% 이상으로 급등한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가 카드 부문에서 독과점 규제에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때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 되거나,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 합계가 70% 이상이 되면 독과점으로 보고 기업결합을 제한하고 있다.

공정위는 LG카드의 각 사업부문 시장 점유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정한 뒤 신한카드와 결합할 때 시장경쟁구조가 침해되는지를 판단할 계획이다.

올 1분기(1~3월) 기준 시장점유율은 △LG카드 17.7% △국민카드 16.4% △삼성카드 13.0% 등의 순이다. 신한금융이 LG카드를 인수하면 업계 순위기 신한(25.8%), 국민, 삼성 순으로 바뀐다.

●부정적 전망도 나와

LG카드는 국내 인수 및 합병(M&A) 시장에서 '최대 매물'로 꼽혔던 만큼 인수 경쟁 과정에서 뒷말이 많았다.

우선 인수 후보들의 과열 경쟁으로 국내 M&A 사상 최고가(最高價·7조2000억 원 대 추정)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한지주가 '오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7조 2000억 원은 외환은행 인수금액보다도 3000억 원 가량 많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짜맞추기'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LG카드 노조가 입찰 제안서 개봉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 것이나, 입찰 제안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산은에게 해명을 요구한 것.

이런 뒷말에도 불구하고 LG카드 소비자들은 이번 인수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을 전망. 신한지주가 기존 LG카드 소지자가 누려온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신한지주는 LG카드 인수 후 1, 2년 정도 독립법인 형태를 유지한 뒤 합병할 방침인 만큼 LG카드 회원들은 유효기간까지는 기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신한지주는 2003년 조흥은행 인수 때도 인수 후 2년 6개월 만에 합병한바 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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