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수=당첨권’… 부양가족 가중치 높아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 A 중소기업 영업팀 김모(43) 차장은 후년부터 청약제도가 바뀌면 내 집 마련이 훨씬 유리해진다.

아들과 딸 쌍둥이를 합해 미성년 자녀가 3명인 데다 가점 방식의 청약제도가 도입되는 2008년이면 나이도 45세. 결혼 후 무주택으로 산 지 10년이 넘었고 청약예금 가입 기간도 길어 아파트를 분양받을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반면 내년쯤 결혼할 계획인 같은 회사 정모(30) 대리는 집 장만하기가 더 어려워지게 됐다. 나이가 젊고 가족 수도 적기 때문이다.

○ 자녀, 나이 많은 무주택자 유리

주택산업연구원이 25일 내놓은 주택청약제도 개편안대로 정부가 청약제도를 바꾼다면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724만 명 중 403만 명(56%) 정도가 영향을 받게 된다.

공공택지 내 전용면적 25.7평 이하 민간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 및 부금 가입자의 청약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2009년 분양하는 서울 송파신도시를 비롯해 2008년 이후에 분양하는 공공택지 내 아파트, 2010년 이후 분양하는 민간택지 내 아파트에 바뀐 청약제도가 적용된다.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주, 미성년 자녀가 많은 가구주는 가중치가 가장 높은 ‘부양가족 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아파트 분양 기회가 크게 늘어난다.

또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가구주의 나이가 많을수록,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길수록 아파트를 분양받기 쉬워진다.

가구주의 나이가 45세 이상이고 주민등록에 올라 있는 부모를 부양하며 자녀가 3명이 넘고 청약예금, 부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은 각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아 청약만 하면 사실상 당첨이 보장되는 셈이다.

그러나 부모를 부양하고 자녀가 3명쯤 되는 부부라면 가족 수가 7명이나 돼 4명 기준으로 설계된 전용면적 25.7평의 국민주택 규모에 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 신혼부부 내 집 마련 멀어져

청약통장 가입자 수
통장 종류가입자 수
청약예금287만7929명
청약부금206만3001명
청약저축230만1933명
합계724만2863명
2006년 6월 말 현재. 자료:건설교통부

반면 자녀가 적고 가구주의 나이가 젊은 가정은 집을 마련하기 한결 어려워질 전망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나 신혼부부도 아파트 당첨 확률이 크게 낮아지게 됐다.

2010년에 가구 소득, 부동산 자산 항목까지 포함되면 맞벌이 부부, 소형이라도 주택을 이미 갖고 있는 가구주는 당첨 기회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바뀌는 제도 아래서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진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내 집 마련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 114의 김희선 전무는 “무주택자나 가족 수가 많은 사람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핵가족화, 독신자 증가 등의 추세를 고려할 때 이들에게 주택 마련의 기회를 빼앗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용면적 25.7평 초과 민간주택의 청약예금 및 부금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추첨식’, 공공주택에 적용되는 청약저축 가입자의 ‘순차식’에 다시 ‘가점식’까지 도입됨에 따라 전체 청약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져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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