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달력은 11개월뿐… 19년째 파업 정례화

  • 입력 2006년 7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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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달력에는 1년에 11개월만 있습니다. 파업이 정례화되면서 1년에 한 달은 생산이 중단돼 왔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차 간부 A 씨가 23일 한숨과 함께 털어놓은 이야기다.

1987년 출범한 현대차 노조는 1994년을 제외하곤 올해까지 19년째 파업을 벌였다. 근무일 기준으로 누적된 파업일수만 325일이다. 한 해 평균 17일이다. 휴무일을 합치면 매년 3주 정도를 파업으로 보낸 셈이다. 올해도 지난달 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가 25일로 한 달을 꽉 채우게 된다.

현대차 경영진은 연초에 파업을 전제로 연간 사업계획을 세운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래서 파업기간 중 생산중단에도 불구하고 연간 생산목표는 늘 달성해 왔다는 것. 뒤집어보면 ‘연례 파업’만 아니라면 더 생산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파업 시작부터 타결까지 노사 양측이 밀고 당기는 과정도 거의 ‘예측 가능한 공식’이 돼 버렸다.

○ 현대차 ‘파업의 법칙’

현대차 노사 상견례는 대개 4, 5월 시작된다.

노조는 먼저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기본급 대비 10% 안팎의 인상안을 제시한다. 사측도 일단 노조 요구의 절반 이하인 3∼5% 수준의 인상안을 내놓는다.

올해 노조는 기본급 대비 9.1% 임금 인상안을, 사측은 4.4%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후 현대차 노조는 협상 초반에 결렬을 선언하고 대체로 6월 말이나 7월 초 파업에 돌입한다.

한 노조 조합원은 “해마다 6월쯤 되면 ‘언제부터 파업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파업이 시작되면 사측은 생산 차질과 수출 중단에 따른 피해를 강조한다. 반면 노조는 사측의 피해액 발표가 ‘노조 압박용’이라고 비판한다.

현대차 노사는 파업 이후에도 좀처럼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고 버티다 특별한 다른 변수가 없으면 대개 여름휴가를 앞두고 분위기를 급반전시켜 타결해 왔다. 올해도 31일부터 시작되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노사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도식화된 파업, 늘어나는 피해

현대차 노조의 무리한 파업과 사측의 버티기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에 따른 ‘느슨한 긴장감’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민주노총의 핵심 노조 중 하나인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노동계 전체의 대리전 양상을 띠는 것도 파업 정례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무파업을 하고 쉽게 협상해 버리면 사정이 어려운 다른 기업의 노사협상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업의 최대 피해자는 수천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다.

이영섭 현대기아차협력회 회장은 “파업에 견딜 수 있는 협력업체는 규모가 큰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영세한 업체는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重 노사 “정년 57세 → 58세로”

지나친 임금인상 자제 잠정 합의… 12년째 무분규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잠정안에서 지나친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현재 57세인 정년을 58세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임단협 잠정안이 25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정년 연장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가결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중공업은 12년째 무분규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본보 20일자 A3면 참조

임단협 잠정합의안은 △정년 1년 연장과 함께 △기본급 대비 4.95%의 임금 인상 △흑자 달성 때 성과급 250% 지급 △하계 휴가비와 귀향비 각각 50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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