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떨어지자 주가 되레 급락…올들어 함께 움직여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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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고 주식을 사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이 좋다.”(지난해 7월 17일 국회의장 공관 5부 요인 만찬)

“내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부동산과 주식 가운데 누가 이기나 보자, 나는 주식에 걸었다’는 것이다.”(지난해 8월 25일 국민과의 대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부동산과 주식에 대해 언급한 발언들이다.

현 정부는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부동산 가격은 억제하고 주식시장은 활성화하는, 즉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을 분리해 대응하는 정책을 펼쳤다.

여유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것을 막고, 이것을 증시로 유도해 주가를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정부 의지와 달리 올해 들어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9일 증권선물거래소와 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두 자산의 가격 추이를 비교한 결과, 올해 주가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함께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급락하는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가격은 안정기-상승기-안정기의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초부터 3월 6일까지는 매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0.2% 이하인 안정기였다. 이 시기에 코스피지수는 3.20% 떨어졌다.

3월 6일∼4월 17일은 아파트 주간 상승률이 0.3% 이상인 상승기였다. 이 시기에는 코스피지수 역시 5.79% 급등했다.

4월 17일∼7월 3일은 다시 아파트 가격 주간 상승률이 0.2% 이하로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주가는 9%나 폭락했다.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 동조화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두 자산은 세계적으로 뚜렷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미국 부동산중개업협회(NAR)에서 발표하는 주택 가격은 최근 2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 미국 주택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지수도 11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주요 미국 증시도 부동산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고 시중자금을 증시로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잘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돈이 증시로 몰려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소비 및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주가가 급락하는 자산 동반하락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산 동반하락은 장기적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한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두 차례(1991년 5월∼1992년 7월, 1997년 10월∼1998년 11월) 모두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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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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