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욕심…시내전화 압도적 장악률 이용 고객정보 빼내

  • 입력 2006년 7월 6일 03시 00분


《부산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모(22) 씨는 최근 시외전화 고지서를 받아본 뒤 깜짝 놀랐다. 시외전화 사업자를 바꾼 적이 없는데 KT의 시외전화 고지서가 배달된 것. 이 씨는 시내전화론 KT를, 시외전화론 데이콤을 사용해 왔다. 데이콤의 통화료가 10초당 0.3원 저렴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KT 직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시내전화는 KT, 시외전화는 데이콤을 사용해 납부하기가 번거로울 테니 고지서를 한 장으로 합쳐 주겠다”고 말한 뒤 이 씨의 시외전화 가입회사를 바꿔 놓은 것이다. 》

국내 시내전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KT가 시내전화 고객의 정보를 자사(自社) 시외전화 영업망에 넘겨 불법으로 고객을 모집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외전화 사전 선택제의 허점

KT는 199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시외전화 사전 선택제’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고객이 미리 자신이 이용할 시외전화 사업자를 정하면 별도의 사업자 번호(081, 082)를 누르지 않고도 지역번호와 전화번호로만 통화할 수 있다.

고객 신청서 심사와 등록은 ‘사전선택 등록센터’라는 중립적 성격의 기관이 담당한다.

고객이 이용 회사를 바꾸겠다고 하면 각 시외전화 회사는 이 센터에 변경을 요청한다. 그러면 이 센터는 시내전화 사업자에게 가입자 정보 교체를 요구하게 된다. 시내전화 교환기에 고객이 선택한 시외전화 정보가 들어 있어 시내전화 사업자의 교환기 조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KT가 92.8%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내 시내전화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라는 것. KT는 통상 1주일 걸리는 변경 기간 중 시내전화 가입자의 정보를 시외전화 영업망에 유출한 뒤 자사 고객으로 유도하고 있다.

○시장 지배자의 불법 마케팅

경쟁회사들이 입수한 KT의 시외전화 영업망 고객 개인정보에는 고객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이 상세히 포함돼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시내전화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이용자의 시외전화 사전선택 정보를 시외전화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제공 또는 열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데이콤 관계자는 “시외전화 가입을 위해서는 개인은 주민등록증 사본, 법인은 인감도장이 필요한데 KT는 이를 무시한 불법 행위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며 “곧 KT를 통신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 측은 “KT가 계약한 위탁업체들이 전화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며 “이미 시외전화 시장에 만연한 불법 영업은 KT보다 후발 업체들이 훨씬 심각하다”고 해명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