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시장 꽁꽁… 땅부자들 덜덜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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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부재지주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피하기 위해 땅을 팔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토지거래 허가구역 등의 농지와 임야를 살 수 있는 요건이 대폭 강화됐고 땅값도 여전히 높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같이 시장이 불안정할 때에는 토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발 호재가 있더라도 확실치 않으면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말라는 조언이다.

○ 대규모 토지 소유자 “팔자”

2004년 충남 연기군의 임야 1만8000평을 투자 목적으로 샀던 박모(56·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최근 부동산컨설팅 업체를 찾아 땅을 팔 방법을 상의했다.

박 씨는 “내년 1월부터 부재지주가 땅을 팔면 60%의 양도소득세와 6%의 주민세를 포함해 양도차익의 6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어떻게든 올해 안에 땅을 처분할 생각이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만 듣고 돌아왔다”며 답답해했다.

6월부터 부동산 실거래가를 등기부에 기재하도록 의무화된 것도 토지시장을 얼어붙게 한 원인이다.

지금까지는 공시지가가 시세의 30∼40% 수준인 땅이 많아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실거래가가 공개되면 내년부터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토지전문컨설팅업체인 JMK플래닝 김영호 전무는 “요즘 걸려오는 전화 10통 중 9통은 땅을 팔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로 연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땅을 팔려는 사람 중 절반 정도는 2003, 2004년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개발호재를 타고 충남지역 땅을 산 사람들이라고 김 전무는 귀띔했다. 또 1000평 단위의 소규모 토지보다 1만 평 단위로 땅을 구입한 사람들이 내놓는 매물이 많다는 것.

김 전무는 “아직까지 값을 크게 낮춘 매물이 많지 않지만 가을이 되면 세금 중과 시한에 쫓겨 급매물이 많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사려는 사람이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 매물 쏟아지는데 거래는 없어

지난해 12월 토지 거래량(면적기준)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5%나 급증했다. 같은 달 거래된 땅은 31만9212필지로 1997년 건설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고였다.

올해 1월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을 앞두고 취득세와 등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땅을 판 것이다.

그러나 올해 1월 토지거래량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8.5%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2월 ―18.4%, 3월 ―29.7%, 4월 ―36.6% 등 갈수록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반면 경매와 공매로 나오는 토지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8·31대책이 발표된 이후 매달 7000∼8000건 수준이던 경매물건이 올해 4월에는 9826건으로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행정도시, 혁신도시, 신도시 개발계획이 쏟아지던 때 땅을 산 사람들이 토지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과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땅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매전문업체 디지털태인의 이영진 부장은 “경매나 공매에 나온 토지 매물은 늘어나는 데 비해 사려는 사람은 줄면서 낙찰가율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하반기 이후에는 경매와 공매 물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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