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도요타의 휘파람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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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도요타자동차는 각각 한국과 일본 자동차 산업의 대표 주자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변방’이던 한국과 일본을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동차 생산국으로 발전시킨 주인공들이기도 합니다.

요즘 이들의 명암은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위기에 빠진 현대차그룹과는 달리 도요타는 무척 ‘잘나가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도요타가 2010년까지 세계 각지에 10개의 자동차 조립공장을 더 건설해 연간 100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22일 보도했습니다. 보도대로라면 도요타의 해외 공장은 현재 31개에서 41개로 늘어나고 생산량도 300만 대 증가하게 됩니다. 도요타가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로 올라선다는 뜻입니다.

눈을 현대차그룹으로 돌리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치솟으면서(원화 환율 하락) 수출 전선에 차질이 생겼고, 비자금 사건 수사 여파로 경영에도 혼선이 적지 않습니다.

현대차는 9월로 예정했던 프리미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EN(프로젝트명)의 출시를 늦출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노사 갈등까지 겹쳐 기아차 뉴카렌스, 현대차 신형 아반떼의 본격 생산도 늦어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현대차그룹이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지속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카 개발 같은 중요한 사안은 중단한 상태”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그룹 분위기는 미묘합니다. 보통 때라면 “회사 사정이 어렵다”든가 “경영이 혼란스럽다”와 같은 말은 ‘쉬, 쉬’ 했을 텐데 요즘은 기자들에게 거리낌 없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사안은 늘 총수가 결정해 온 기업인데 자칫 전문경영인의 판단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을 지느냐”고 ‘결정’을 미루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글로벌 경쟁에서 결정적으로 뒤처지게 된다면 현대차그룹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불행이 될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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