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구속 수감]기아차 동남아공장 건설 백지화

  • 입력 2006년 4월 2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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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경영 공백이 현실로 나타났다. 초유의 ‘총수 부재(不在)’에다 원화 가치 상승(원화 환율 하락) 등 다른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영 차질이 심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당분간 대규모 투자 계획 결정을 보류한 채 김동진(金東晉) 총괄부회장 등 부회장단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경영체제’ 하에 각 본부장이 일상적인 업무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측은 “아직까지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경영체제 개편이 불가피해질 가능성도 있다. 정 회장이 구속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뒤 ‘옥중(獄中) 경영’을 할지도 관심이다.

한편 기아차는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해 추진해 오던 현지 조립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28일 밝혔다. 기아차는 동남아에 연산 10만 대 규모의 조립 생산 공장을 올해 안에 착공해 2009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총수인 정 회장이 구속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만도 인수와 현대제철의 일관 제철소 건설 등 국내 주요 현안도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그룹은 이미 기아차의 미국 공장 건설 기공식과 현대차의 체코 공장 건설 계약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현대차는 “체코 정부가 이번 검찰 수사로 현대차 체코 공장 건설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우리 정부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현대차는 다음 달 1일부터 울산공장에서 신형 아반떼를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노조와 라인 인력 배치를 합의하지 못해 생산 개시를 연기했다.

‘환율 악재’에 따른 실적 악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기아차는 이날 올해 1분기(1∼3월)에 29만2787대의 차를 판매해 매출 4조3859억 원, 영업이익 322억 원, 경상이익 1216억 원, 순이익 384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와 비교해 판매는 2.6%,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40.5%, 순이익은 85.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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