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정몽구회장)을 어쩌나’ 고민하는 鄭(정상명 검찰총장)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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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회장 귀가 기다리는 직원들 검찰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5일 오전 1시경 현대차그룹 임직원 100여 명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길에서 정 회장이 조사를 마치고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모습. 이훈구 기자
鄭회장 귀가 기다리는 직원들 검찰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5일 오전 1시경 현대차그룹 임직원 100여 명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길에서 정 회장이 조사를 마치고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모습. 이훈구 기자
“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혀낸 것과 사법처리 수위를 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가 정몽구(鄭夢九) 그룹 회장의 24일 소환 조사를 끝으로 마무리됐지만 검찰은 ‘경제’ 변수에 걸려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25일 내내 긴박하게 돌아갔다. 중앙수사부 수사팀은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25일 회의를 열고 정 회장 부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깊이 논의했다.

박영수(朴英洙) 중수부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채동욱(蔡東旭) 중수부 수사기획관, 정 회장 조사를 맡았던 최재경(崔在卿) 중수1과장, 여환섭(呂煥燮) 검사 등 수사검사 6명이 모두 참석했다. 회의는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계속됐다.

회의에서는 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일부 사안에서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오후 3시 정례브리핑을 한 채 기획관은 목이 잠겨 있었다.

수사팀은 정 회장 구속 의견을 담은 최종 수사 결과 보고서를 26일 정상명(鄭相明)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정 총장은 최종 결정을 어떻게 내릴까.

정 총장이 고려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4가지다. 정 회장 구속-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 불구속, 정 사장 구속-정 회장 불구속, 정 회장 부자 모두 구속, 모두 불구속 등이다.

관심은 수사팀이 요구하고 있는 정 회장 구속-정 사장 불구속의 시나리오를 정 총장이 선택할 것인가이다. 수사결과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불법 상속 등을 주도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이 구속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경영 공백과 국가경제 악화 등이 우려되는 상황을 정 총장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구속이 어려울 경우 정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수사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혐의가 무거운 정 회장을 가볍게 처벌하고 혐의가 가벼운 정 사장을 무겁게 처벌한다는 ‘증거 조작’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정 회장 부자를 모두 불구속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국가경제를 고려한 것이지만 검찰이 수사만 해놓고 사실상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재벌 총수 부자를 한꺼번에 구속한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검찰이 정 회장 부자 모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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