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03년의 SK와 비교…경영공백 메울 2인자 없어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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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4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을 소환조사하면서 정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대기업이 1인의 기업은 아니다” “SK 수사 때 최태원(崔泰源) 회장을 구속했지만 투명경영이 확보돼 그룹 지배구조가 개선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위법 혐의에 대한 가치 판단과 별도로 기업경영 측면에서 볼 때 2003년 SK 수사와 이번 현대차그룹 수사의 파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대차와 SK 사태는 무엇이 다르고 같을까.

○ 총수 장악력과 사업 성격의 차이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 구속 가능성’에 대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정 회장의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 그룹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정 회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그의 부재(不在)는 전반적인 경영 공백으로 이어진다.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아직 30대(36세)이고, 다른 전문경영인들도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이 그룹의 현주소다.

반면 SK 사태 때는 최 회장이 ‘오너’이긴 했지만 그룹 경영은 전문경영인인 손길승(孫吉丞) 당시 SK그룹 회장이 총괄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았다.

업종 특성에도 차이가 적지 않다. SK그룹은 SK㈜와 SK텔레콤 등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구조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 354만4000대의 76.7%인 271만9000여 대를 해외에서 팔았을 정도로 해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해외에서의 파장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 비리가 불러오는 반기업 정서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모두 4대 그룹에 포함된다. 자산총액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은 현재 재계 서열 2위이며 SK그룹은 올해 3위로 올라섰다.

기업 비리가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킨 것도 공통점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민간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생길 때쯤이면 터져 나오는 이런 비리로 국민이 기업을 보는 눈이 다시 싸늘해지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재계는 SK그룹이 검찰 수사 및 해외 투기펀드인 소버린의 경영권 공격으로 상당 기간 정상적인 투자를 포기하고 경영권 방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던 상황이 현대차그룹에서도 재현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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