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TV 특집]현장에서/디지털TV 크기 경쟁의 끝은?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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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V 대형화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40인치대 제품 생산에 주력하던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제조업체들은 이제 50인치대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의 LCD 합작법인 ‘S-LCD’는 20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해 8세대 생산 라인을 만들어 내년 하반기부터 52인치 제품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삼성SDI도 7300억 원을 들여 내년 5월부터 50인치 이상 대형 PDP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계획.

상용화된 LCD TV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일본 샤프전자의 65인치, PDP TV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80인치 제품이다.

개발 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LCD는 LG필립스LCD의 100인치, PDP는 일본 마쓰시타전기의 103인치가 세계 최대 크기다. 업체들은 이런 경쟁의 원인이 소비자에게 있다고 얘기한다.

소비자들이 갈수록 큰 화면으로 TV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 대형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수요는 ‘당연히’ 많을 것이라는 논리다.

시설 투자에 수천 억에서 수조 원이 들어가는 반면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제품 가격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안정적인 시장이 형성되면 금세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그럼 소비자들은 얼마나 큰 TV를 선호할까.

시장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아직도 TV 시장의 주력은 30∼40인치 제품이다. 큰 제품에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업체들의 생각은 아직까지는 막연한 기대에 가깝다. 특히 일반적인 가정의 TV 시청거리(2∼3m)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할 때 50인치 이상 대형 고가(高價) 제품을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도 남는다.

1929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은 제1차 세계대전(1914∼18년) 이후 ‘무슨 제품이든 싸고 빠르게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고 생각한 제조업자들의 막연한 기대감에서 촉발됐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큰’ TV를 원하는지 업체들이 한 번쯤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상록 경제부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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