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로비 파문]“역시 내부의 적” 사람 단속 비상

  • 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4분


“도대체 내부 제보자가 누구냐.”

검찰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의 단초인 비자금 관련 정보를 ‘내부 제보자’에게서 확보했다고 밝히자 현대차그룹은 물론 다른 기업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기업은 각종 정보망을 동원해 자신이 일하던 현대차그룹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내부 제보자를 확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에게는 평소 친분이 있는 다른 기업 관계자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9일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라며 “현대차그룹 내부 제보자가 어떤 위치에 있었으며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자세히 알아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사태를 보면서 내부인에 의해 문제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가 내부 제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최근 비슷한 사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그룹에서 일어난 ‘형제의 난’도 내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박용오(朴容旿) 전 회장이 관련 정보를 검찰에 제공해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났다.

2003년 검찰이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할 때도 내부 제보자가 주요 정보가 있는 길목을 속속들이 알려 줬다는 게 정설이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내부 제보자가 검찰이 밝힌 것처럼 글로비스 관계자가 아니라 그룹 본사 또는 핵심 계열사와 관계있는 전직 또는 현직 고위층 임원일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검찰이 빠른 속도로 자신있게 수사를 진행해 나가자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전문경영인 출신 전직 최고경영자(CEO)급’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직에 끊임없이 긴장을 주면서 예고 없이 자주 인사를 단행해 고위 임원을 수시로 교체하는 정몽구 회장 특유의 인사 스타일이 화(禍)를 부른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부 제보자를 꼭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조직에 불만을 품게 됐는지 알아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수사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 기업에서 ‘경영 투명성 제고’와 함께 ‘인간적 신뢰와 조직 로열티’를 더 중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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