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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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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할수록 더 심각해질것”
《보수와 진보가 만났다.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선진화포럼 주최로 열린 ‘한국 사회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학자들이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는 보수 진영에선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교과서포럼’의 박효종(朴孝鍾·정치학) 전상인(全相仁·사회학)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진보 진영에선 ‘지속 가능한 진보’를 내세우는 ‘좋은정책포럼’의 임혁백(任爀伯·정치학) 고려대 교수와 김형기(金炯基·경제학) 경북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날 행사는 성장과 분배, 큰 정부와 작은 정부, 양극화 문제 등을 놓고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이념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양측의 대표 논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벌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 박정희 정권의 공과 논란
양 진영이 과거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달랐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와 성장 논란에 대해 교과서포럼은 국가주도형 개발 전략에서 권위주의 정부가 불가피했다고 한 반면 좋은정책포럼은 국가주도형 개발 전략을 추진하면서도 얼마든지 민주주의 정부가 가능했다고 반박했다.
교과서포럼의 박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산업화는 당시 시대에서 현실성 있는 선택이었다”며 “산업화는 좋고 싫음의 가치판단을 떠난 하나의 시대정신이었다”고 했다.
그는 “건국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불완전하나마 북한보다 자유로운 나라, 보편적인 인권과 문명사적 기준에 부합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박 대통령은 산업화를 위해 독재를 한 게 아니라 독재를 위해 산업화를 했다”며 “핀란드나 오스트리아 등을 보면 국가주도형 발전 전략이 권위주의와 반드시 함께 갈 필요는 없으며 한국에선 박정희 정권의 선택에 의해 권위주의 정부가 나타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 양극화를 보는 눈의 차이
양 진영은 양극화 문제를 놓고도 날카롭게 대립했다.
교과서포럼의 전 교수는 “양극화 문제의 본질은 현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소득 격차가 아니라 빈곤의 확산과 고착”이라며 “빈곤 탈출의 기회를 빈곤층에 부여하는 것이 해답인데 이는 오직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좋은정책포럼의 이태수(李兌洙·경제학) 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지금 양극화 문제는 성장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라 성장을 하면 할수록 더 심화되는 이상한 패러다임에 놓여 있다”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 등이 이런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경제가 성장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이라는 보수 세력의 시각은 굉장히 단편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과서포럼 김종석(金鍾奭·경제학) 홍익대 교수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빈곤층의 고통을 줄이는 것은 좋지만 그 원인을 세계화나 신자유주의, 재벌체제에서 찾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따라서 정부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실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전 교수는 “우리 사회는 리더나 엘리트가 자부심이나 자긍심 대신 죄의식과 열등감을 갖고 사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며 “많은 대기업이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도 노조나 시민단체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 한 번 못 받는 나라가 현재의 대한민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 정부는 ‘참여’라는 명분 아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득세와 민주주의의 과잉으로 통치 불능의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며 “남은 임기 중 사회 갈등의 관리와 조정이라는 국가 본연의 역할을 되찾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좋은정책포럼 측은 사회적 대타협과 균형 발전을 내세웠다.
김형기 교수는 “개발독재도 아니고 신자유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을 실현하기 위해 노사정과 민간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혁신 주도 동반 성장’으로 저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盧대통령 양극화발언 갈등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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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남 전 총리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 사회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인구의 1%가 부(富)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도 비슷한 상황에 있지만 양극화라는 용어는 안 쓴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그는 “양극화라는 대립적인 용어를 사용해 자꾸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증세(增稅) 논란에 대해서는 “상위 20% 계층이 근로소득세의 90%를 내기 때문에 나머지 80%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통령의 말은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이라며 “부동산 차익이나 자영업자 탈루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은 정당하지만 상류층의 돈을 거둬 분배에 쓰겠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으면 국세청은 세원(稅源)이 있는 곳에서 세금을 걷는다는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무리수를 두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남 전 총리는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강경하고 친미적인데 청와대 참모들이 친북-반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아랫사람들을 기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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