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본사-글로비스-오토넷 압수수색…정관로비 정황포착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6분


코멘트
김대중(金大中) 정부와 현 정부에서 ‘금융브로커’로 활동한 김재록(金在錄·46·구속)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서 건축 인허가 등과 관련해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을 받아 정관계 로비에 사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26일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와 현대차그룹 계열 운송회사인 ㈜글로비스, 같은 계열의 자동차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현대오토넷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와 정의선(鄭義宣) 기아자동차 사장실, 서울 용산구 원효로 ㈜글로비스, 경기 이천시 현대오토넷 사무실에서 회계 서류와 컴퓨터 본체 등 100여 상자 분량을 압수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김 씨가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현대차그룹에서 받은 비자금이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에서 조성됐다는 사실을 내부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건축 인허가와 신사업 진출 등에 대한 정부의 인허가 등과 관련해 정관계에 로비를 하기 위해 김 씨에게 로비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양재동 본사 바로 옆에 짓고 있는 지상 21층 규모의 쌍둥이 빌딩 건축이나 현대제철(옛 INI스틸)의 용광로 사업 진출 등과 관련한 인허가에 김 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용광로 사업은 정몽구(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이 설립하고 정 회장 아들 의선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회사인 엠코가 시공을 하고 있다.

김 씨가 이 로비자금 가운데 일부를 정관계 또는 금융계 실세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와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관계자들을 불러 비자금을 조성해 김 씨에게 로비자금으로 건넨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채동욱(蔡東旭)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현대차그룹 전체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은 아니며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와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사장이 최대 주주인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동차 물류산업을 사실상 독점하다가 지난해 말 상장된 뒤 시가총액이 2조 원대에 이르는 등 최근 급성장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