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낭비-인사 물의”…조세연구원 ‘심하네’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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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조세연구원.’

국책 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이 정부 사업을 부실하게 마치고도 예산을 타내기 위해 원장 직인을 위조한 6년 전 사건이 국가청렴위원회에 다시 신고돼 논란이 되고 있다.

조세연구원은 업무 연관성이 없는 전직 장관을 초빙 연구위원으로 영입하는가 하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연구위원을 징계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 내부자가 신고한 ‘예산 낭비’

조세연구원 직원 P 씨는 지난해 12월 국가청렴위원회에 조세연구원을 신고했다. 조세연구원이 2001년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문제를 바로잡지 않았으므로 재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신고서는 최근 감사원으로 이첩됐다.

200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세연구원은 1999년 6월 정보통신부가 발주한 ‘조세재정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을 49억6350만 원에 수주했다. 이 사업은 △국가별 조세법령 △해외 논문 △생활 정보 △이미지 자료 △기사 색인 등을 DB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세금제도를 번역해 6만 쪽 분량의 자료를 만드는 작업. 실제 구축된 자료는 1만 쪽에 못 미쳤고, 이 중 2000쪽은 번역이 필요 없는 한국 법령이었다.

그런데도 2000년 4월 조세연구원은 DB 구축을 끝냈다는 확인서를 정통부 산하 한국전산원에 보냈다. 이때 조세연구원 실무자는 원장의 직인을 위조했다.

감사원은 조세연구원과 한국전산원에 대해 책임자를 징계한 뒤 사업을 보완하거나 사업비를 반환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세연구원은 직인을 위조한 실무자 L 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다른 책임자에게는 주의만 줬다.

당시 원장이었던 유일호(柳一鎬)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감사원 조사에서 “본인이 보기에도 서류 제출이 적법하지 않은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었으나 관련자를 구두 견책하는 데 그쳤다”고 진술했다.

손원익(孫元翼) 연구조정실장은 “다른 4개의 DB 구축물량이 목표량보다 많은 만큼 인건비는 합법적으로 지출된 셈”이라며 “예산을 따내기 위해 윗선에서 의도적으로 서류를 조작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국공공연구전문노동조합 송형범(宋炯凡)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문제를 고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인사 체계도 문제

2004년 이후 조세연구원에 머물다 간 초빙 연구위원은 모두 7명. 이 가운데 4명은 정부 부처의 장차관이나 실장을 지낸 고위관료 출신이다. 지난해 1월에는 허성관(許成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초빙 연구위원으로 영입해 구설수에 올랐다.

반면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한 연구위원은 징계를 받았다.

노영훈(魯英勳)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한 뒤 1년간 연구 활동을 못하게 됐다. 조세연구원은 2001년에도 공적자금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외부에 발표하지 못하도록 했던 일이 있다.

그러나 손 실장은 “노 연구위원의 인사조치는 특정 논문과 관련이 없으며 연구원에 보고하지 않고 대외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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