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운명’ 이름이 좌우?…대기업 명칭 어떻게 지었을까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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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社名)은 회사의 얼굴이다. 사명과 기업의 운명은 함께한다는 것이 성명학 연구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삼성, LG, 현대, SK, 한진, 코오롱, 대림….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이름으로, 많이 부르고 듣는 이름이지만 여기에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제 누가 무슨 의미로 이런 이름들을 지었을까?

○ 대기업 이름에는 창업주의 뜻이 ‘삼성(三星)’이란 이름은 1938년에 지어졌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대구에 ‘삼성상회’를 세웠다. ‘호암자전(湖巖自傳)’에 따르면 크고 많고 강한 것을 상징하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3(三)’과 밝고 높고 영원한 것을 의미하는 별 ‘성(星)’을 조합해 만들었다고 한다.

LG의 사명은 ‘럭키 금성’이 바뀐 것. 최초 사명은 ‘락희’였다. 행운을 의미하는 영어 ‘Lucky’에서 유래했지만 즐겁고 기쁘다는 뜻의 ‘락희(樂喜)’를 뜻하기도 했다. 구인회 창업주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했고, 1958년에는 국내 최초의 전자공업회사 ‘금성(金星)사’를 설립했다. 1984년 럭키금성그룹에서 1995년에 지금의 LG가 된 것이다.

‘현대’의 이름은 정주영 창업주의 정비소 ‘현대자동차공업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자동차는 문명의 가장 큰 이기(利器)였기 때문에 이 상호가 선택됐다고 현대 측은 밝혔다.

SK는 1997년 ‘선경(鮮京)’에서 바뀐 이름이다. 1930년대에 직물 수출 기업인 ‘선만주단’과 일본의 견직 기업인 ‘경도직물’이 합작 투자사를 만들면서 앞 글자를 따 ‘선경직물’을 탄생시켰다. 당시 이 공장의 견습기사로 일하던 최종건 SK 창업주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공장을 1953년 인수했다. 인수 자금은 그의 동생인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유학자금을 빌려 조달했다고 한다.

코오롱은 ‘한국나이롱’이 만든 한국 최초의 나일론 원사(原絲) 제품 이름이었는데, 제품의 반향이 좋아 1977년 사명으로 대체된 경우다.

롯데는 신격호 창업주의 일본 고학 시절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감동을 받아 여주인공 ‘샤롯데’의 이름을 차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신세계는 1963년 동화백화점에서 이름을 바꿨다. 고객의 공모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신세계가 낙점된 것이다.

대림은 1939년 부림상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1947년에 지금의 상호로 바뀌었는데, 목재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클 대(大)’와 ‘수풀 림(林)’을 썼다. 한진은 한(韓)민족의 전진(前進)이라는 뜻으로 1945년에 지어졌다.

○ 약자나 창업자명을 쓰는 경우도

외국기업이나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약자를 쓰거나 창업주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IBM은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세계적인 사무용 기기)’, NHN은 ‘Next Human Network(미래 인간 네트워크)’, 엔씨(NC)소프트는 ‘Next Cinema(직접 만들어가는 미래의 영화)’의 알파벳 첫 글자를 땄다.

미국의 포드자동차, 델컴퓨터, 쿠어스맥주, 질레트 등은 모두 창업주의 이름을 사명으로 삼은 경우다.

국내기업들의 사명을 지어준 성명학 연구가 임난정 씨는 “회사 이름은 가상의 집과 같아서 좋은 이름을 지으면 튼튼한 회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잘나가는 대기업의 이름은 성명학의 기본원리를 적용하지 않고 지었을 텐데도 분석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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