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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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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은 지난해 정년퇴직한 생산직 직원 160명 가운데 145명을 올해 1년간 재고용했다.
이 회사 인사팀 윤석기(尹錫棋) 부장은 “조선업계의 일감이 많아 작업량이 늘었다”면서 “숙련공 확보가 어려운 회사와 더 일하고 싶은 근로자들의 욕구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역시 조선업이 주력인 현대중공업도 올해 160명의 정년퇴직 근로자를 재고용했다. 지난해 재고용한 근로자가 10여 명이었던 데 비해 크게 늘었다.
정년퇴직 후 같은 직장에서 계속 일하는 이른바 ‘연장족(延長族) 근로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회사는 전문 노동력을 확보하고 근로자는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혜택 때문에 ‘정년퇴직 후 재고용’ 현상은 산업계에서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숙련된 기능 인력이 필요하다
대형 선박의 이물(뱃머리)과 고물(배꼬리)의 곡선 부분 가공을 총괄하는 황 씨의 업무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회사가 그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현대하이스코 당진공장에서 냉연 철강재 조업 공정을 지휘하는 이용만(李鎔萬·60) 씨나 두산중공업에서 크레인 설비 신호작업을 담당하는 권영종(權永鍾·59) 씨도 비슷하다. 해당 분야에서 수십 년의 경력을 가졌으며 정년퇴직 후 계속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연장족’이 늘어나는 추세는 제조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정년퇴직(만 55세)한 조종사를 4, 5년 더 촉탁 형식으로 고용하고 있다. 1월 현재 대한항공은 조종사 1826명 중 73명, 아시아나항공은 840명 중 70명이 정년퇴직 후 계속 조종간을 잡고 있다.
노동부가 최근 한나라당 안명옥(安明玉) 의원에게 제출한 ‘정년퇴직자 계속고용 장려금 현황’에 따르면 2004년 3∼12월 249명이었던 장려금 수혜자가 지난해엔 연간 171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원금액도 2004년 1억6100만 원에서 작년에는 12억2300만 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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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확보’와 ‘비용 부담’ 딜레마도
지난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540여 개 회사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다.
중소기업은 이 지원금을 적극 활용하는 데 반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재고용 기간이 1년을 넘기는 일이 거의 없다. 이처럼 정년퇴직자 재고용은 대기업으로서는 유용하면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면서 고령 노동인구 활용이 불가피해지는 추세여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 주는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용성(金勇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년 이후 노동력을 활용하려면 기업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직위 중심’이 아니라 ‘성과 중심’으로 직급 체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년이 가까워진 근로자의 임금을 줄여나가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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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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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철강, 백화점 등 다양한 업종에서 직원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하고 있다.
영국 연금위원회는 지난해 말 퇴직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8세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발표했다.
독일 정부도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늘리겠다고 예고하는 등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추세다.
정년 연장은 △노동력 부족에 대비하고 △고령자가 가진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하며 △연금 지급 연령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본 기업들은 재고용한 근로자에게 대개 정년 당시 임금의 50∼60%만을 지급하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부담을 줄이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2001년부터 희망자 전원을 재고용하고 있다. 60세 정년 후 6개월까지는 56세 때 임금의 80%, 그 이후에는 56세 때의 50%를 준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金廷翰)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일부기업이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것은 정년 연장으로 나아가는 초기단계의 모습”이라며 “정년 연장은 임금과 퇴직금 제도의 개정, 인사관리의 변화, 직장환경 개선 등 많은 변화를 요구하므로 본격적인 정년 연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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