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車값’ 자국민 역차별? 불가피한 마케팅전략?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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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으로 연수를 떠난 공무원 K(40) 씨는 한국산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는 2400여 만 원인 쏘나타 2.4 모델이 현지에서는 1만6500달러(약 1650만 원) 안팎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 K 씨는 이 차를 구입해 2년 뒤 귀국할 때 갖고 들어올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비해 국내 시장에서 상당히 비싸게 자동차를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취재팀은 일부 차종의 국내 판매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계기로 미국 현지 딜러 판매가와 국내 판매가를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의 대부분 중대형 수출 차종에서 국내 가격이 미국 판매가보다 20∼40%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소형차는 되레 싼 경우도

미국의 자동차 정보제공 업체인 켈리블루북 등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쏘나타 GL 2.4의 현지 판매가는 1만6395달러(부가가치세 별도). 같은 차종의 국내 판매가는 2539만 원이다.

직접적인 가격 비교를 위해 미국 판매가를 달러당 1000원으로 계산하고, 국내 판매가에서 특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24.3%의 세금을 빼더라도 국내 판매가(2042만 원)가 미국 판매가보다 24.6% 비싸다.

쏘나타 GLS 3.3도 국내 판매가(이하 세금 제외)가 2574만 원으로 미국 판매가 1만7990달러에 비해 43.1% 높았다.

그랜저는 국내 판매용 3.3 모델(2786만 원)이 미국형 ‘아제라3.8’보다 배기량이 500cc 작은데도 가격은 미국형(2만4335달러)에 비해 14.5% 비싸다. 오피러스도 배기량이 작은 국내 판매용 3.0(기본형·3049만 원)이 미국형 ‘아망티 3.5’(2만5500달러)보다 19.6% 비쌌다.

단 소형 차종은 상대적으로 가격 차가 적었으며, 아반떼 등 일부 차종은 국내 가격이 미국 판매가보다 싼 경우도 있었다.

미국 현지 자동차 딜러 제프 황(43) 씨는 “한국 차는 ‘성능에 비해 가격이 매력적인 차’로 인식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가 최고가를 받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체 “자동차시장 성숙도 반영”

올해 현대·기아차의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73.2%. 국내에서 자동차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은 이런 독점적 지위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 253만 대 중 22.5%인 57만 대를 내수시장에서 팔았지만 영업이익은 50% 이상을 국내 판매에서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경쟁 여건이 다른 시장에서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케팅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양증권 강상민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완벽하게 분리돼 있다면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시장의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한국시장 가격이 비싸다기보다는 미국시장 가격이 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또 “현대차가 일본의 도요타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마진을 확보해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측도 “국가별로 자동차 시장의 성숙도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은 필요한 전략”이라며 “자동차가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국내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또 “국내시장과 미국시장 가격을 비교할 때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 10% 이상 하락했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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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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